"부르는 게 값"…어린이완구 불만 3년새 50%↑

어린이완구 소비자불만, 2013년 1495건에서 지난해 2244건으로 증가
주문취소·배송지연→품질→가격 순
'끼워팔기' 등 유통질서 혼탁도 문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A씨는 온라인쇼핑몰에서 유아용 장난감 레고를 구매했는데 업체에서 물량부족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시켰다. 이후 쇼핑몰에 들어가보니 가격을 올려서 판매하고 있었다. A씨는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시키고 가격을 올려 파는 것은 부당하다"고 따졌다.

B씨는 인기 애니메이션 장난감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입고예정일조차 몰라 애만 태웠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B씨는 "아이들은 사달라고 조르는데, 마트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고 다른 것과 끼워팔기를 해서 공정하게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불평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일부에서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처럼 '완구대란'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방송프로그램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인기 완구 제품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요괴워치, 터닝메카드 같은 변신로봇 등 다양한 완구와 인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인기제품의 경우 품귀현상으로 인터넷상에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통업체 측에서 물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을 받고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시키면서 소비자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일 한국소비자연맹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어린이완구 관련 불만을 조사한 결과, 2013년 1495건, 2014년 1796건에서 지난해 2244건까지 늘며 3년 새 50.1%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까지도 545건 접수돼 지난해 같은기간 접수된 401건에 비해 35.9%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완구, 인형의 유통질서나 품질보증은 그 성장세에 턱없이 못 미치며 소비자불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을 내용별로 보면 계약관련 불만이 1046건(46.6%)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 및 AS불만이 799건(35.6%), 가격에 대한 불만이 127건(5.7%), 안전 관련이 61건(2.7%) 이었다.

또한 인기상품을 재고품과 끼워팔기를 하거나 품절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시킨 후 가격을 올려 팔면서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인기에 편승해 완구사이트를 만들어 예약주문을 받은 후 사이트를 폐쇄시키는 사기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연맹 측은 "완구의 경우 아이들이 다루다 보면 파손이나 고장 등이 발생하기 쉬운데 제품 설계시 이를 감안해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보다 고장의 원인을 사용상 과실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업체와 연락이 안 되는 문제와 함께 A/S 정책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업체는 수리는 불가하고 무조건 일부 돈을 지불하고 교환을 받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교환품을 받기 위해서는 2~3달 넘게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특수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 제품을 제작해야 함에도 제품의 고장을 사용자의 과실로만 보는 업체들의 태도에 대한 개선과 빠른 제품의 출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제품의 내구성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연맹은 완구의 소비자불만을 줄이기 위해 향후 끼워팔기나 일방적 판매거절 등의 불법유통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업체들의 부당한 A/S 정책 등에 대해서는 관련업체들에 개선을 요청한 후 개선이 안 될 경우 관련 행정기관에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