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오전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ㆍ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창조경제가 성공하고 신기술ㆍ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R&D 시스템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기능을 가진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 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5월 중 첫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향후 과학기술 발전 전략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기술혁신의 속도와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창의적 마인드로 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핀테크와 바이오헬스ㆍ자율주행차ㆍ드론ㆍ로봇 등의 분야에서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를 위해 정부는 신기술ㆍ신산업 창출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과학기술ㆍ정보통신 발전 유공자 121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오준호 카이스트(KAIST) 교수 등 9명에게 직접 포상을 수여했다.
주로 1967년부터 1969년 사이에 KIST에 합류한 이들은 당시 미국ㆍ유럽 등지에서 안정된 연구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을 받은 고 최형섭 초대 KIST 원장이 "가난한 조국이 그대들을 기다린다"며 귀국을 호소한 일화는 유명하다. KIST가 출범한 1966년 미국ㆍ유럽에서 18명이 귀국한 뒤 1990년까지 1000여명이 영구귀국해 한국 과학기술 토대 마련에 헌신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선진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조국의 부름을 받아 척박한 환경에서 연구개발에 젊음을 바친 이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대한민국 발전의 뿌리가 되어 주신 원로과학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의 환담에 참석한 안영옥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듀폰사에서 받던 월급의 30% 정도인 8만1000원을 받고 일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돈은 당시 서울대 교수 월급의 3배에 달했고, 심지어 박 전 대통령 월급 7만원보다도 많았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박 전 대통령은 연구원들의 급여 명세서를 본 뒤 웃으며 "이대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초과학 전문가들이 모인 KIST는 이후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중추 산업 육성 그림을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초석도 쌓았다. 박 대통령이 부친의 최고 업적으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건설을 꼽는 것도 KIST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유다. 박 대통령이 KIST를 찾은 건 취임 후 두 번째다. 2014년 KIST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했다. 1969년 KIST 건설 준공식 참석 후 45년 만의 방문이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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