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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안주 & 캠핑요리] 한바탕 봄꿈같은 상상, 흑돼지수육과 자리젓무침

최종수정 2016.04.22 11:00 기사입력 2016.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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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나면 여운이 길게 가는 책이 있다. 나에게 공선옥 작가의 <꽃 같은 시절>이 그런 책이다. 전라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이야기도 재밌지만 전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 입에 착착 감기는 사투리의 말맛이 기가 막히다.

"새들이 초복부터 초랭이방정을 떠는 것 봉개로 오늘은 겁나게 더울랑가비"
"오메, 시방 이쁜 꽃을 볿아브렀네"


구수한 사투리가 좋아 혼자 있을 땐 부러 소리 내 읽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때 귀촌에 대한 꿈을 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팍팍한 도시에서 살던 부부가 순양이라는 시골로 들어가 동네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모습이 꼭 몇 년 후 나일 것 같아 <꽃 같은 시절>을 읽는 내내,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내가 귀촌을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봄이면 할머니들 뒤꽁무니에 붙어 달래, 냉이 캐러 다니고, 나물처럼 생긴 풀 캐다 먹다 탈이 나기도 할 테지. 그리고 어느 날은 큰 가마솥에 된장 넣고 돼지고기 푹푹 삶아 한 접시 푸지게 썰어 놓고, 깨 솔솔 뿌린 겉절이 한 보시기, 짭짤한 젓장 한 종지, 밭에서 뚝뚝 끊어 온 배추 씻어 한 상 차려 놓는다. 그리고는 목 쭉 빼고 큰 소리로 동네 할머니들을 부르는 상상을 해 본다.

“맹순이 할매, 봉덕할매, 오늘 점심은 우리 집에서 먹소.”
“오메, 징한 거~ 오늘만 살고 말랑가 오지게 차려 브렀네”


탁주 한 사발 들이켜고 수육 한 쌈 볼 터지게 넣은 할매가 걸쭉한 목소리로 타령을 뽑는다.
호박 조청을 댈이다가 양은솥엔 구먹을 내라. 구먹낸 솥단지는 씨엄씨 몰래 엿 바까묵고 호박조청은 암도 몰래 너하고 나하고 묵어불자. (소설 ‘꽃 같은 시절’ 中)

분명 글자를 읽었는데 글자가 음표가 되고 가락이 돼 가슴이 울렁거린다.
아, 일장춘몽이라! 한바탕 봄꿈같은 즐겁고 유쾌한 상상이다.

흑돼지수육과 자리젓무침
흑돼지수육과 자리젓무침

흑돼지수육과 자리젓무침



재료(2인분)
흑돼지고기 300g, 대파 1대, 양파 1/2개, 청주 1/2컵, 된장 2, 자리젓 50g(2~3마리), 풋고추 1개, 통마늘 2통, 설탕 0.5, 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수육 삶는 시간 제외)
1. 흑돼지고기는 덩어리로 준비하여 큼직하게 2~3등분하여 끓는 물에 대파, 양파, 청주, 된장을 넣고 1시간 정도 푹 삶아 건진다.
2. 자리젓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풋고추는 송송 썰고 통마늘은 편으로 썬다.
3. 자리젓에 풋고추와 마늘을 넣어 섞고 설탕, 깨소금과 참기름을 약간씩 넣어 버무린다.
(Tip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는다.)
4. 삶은 흑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고 자리젓무침을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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