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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人]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의 사모곡…어머니 가르침 되새겨 경영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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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올곧음' 실천했던 외조부 의 정신 강조하셨던 모친
매일유업 경영하며 곳곳에서 어머니 가르침 실천
최근 모친 떠나보내며 구구절절 '사모곡' 써내려가 애틋함 전해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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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정직, 성실, 배움은 어머니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딸과 어머니의 관계만큼 각별한 사이가 있을까. 여기에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라는 점까지 덧대면 더욱 애틋해지게 마련이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최근 모친을 떠나보내면서 어머니를 향한 구구절절한 사모곡을 써내려갔다. '여자'이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여자'라서 가능한 일들을 더 많이 알려준 이가 바로 어머니다. 지금의 김 대표가 대장군처럼 '대차다'는 말을 듣게 된 것도 어릴 때부터 '올곧은' 외할아버지에 대해 듣고 자란 덕분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외조부는 동아일보 기자였던 설의식씨로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시상식 사진을 실으며 일장기를 말소했을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당시 사장, 주필을 비롯해 편집국장이었던 외조부도 회사를 떠나야했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외조부의 일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웠을지는 몰라도 물질적으로는 넉넉지 않았을 수밖에 없던 어머니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분이셨다. 모친인 설순희 여사는 기아대책의 1억원 이상 유산 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 클럽의 1호 여성가입자이기도 하다. 오남매 중 막내로 자라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김 대표가 매일유업 대표가 된 이후에도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것도 이때의 가르침 덕분이다. 김 대표는 매일유업에서 한정된 자원을 수익성 있는 사업과 제품, 유통 채널 등에 집중하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 강화 방침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 전 부문에 걸친 극한의 원가 절감 노력을 병행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긴축경영'을 펼치는 중이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 대표는 연세대와 미네소타대 MBA를 마친 뒤 스위스 UBS AG투자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기관을 거친 재무통으로 통한다. 2009년 매일유업에 재경 담당 전무로 영입된 후 2011년 경영기획본부장과 2013년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입사 4년 만에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2014년 대표를 맡은 이후 매일유업의 성과는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출산 여파로 우유ㆍ분유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매일유업은 지난해 1969년 창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발효유 치즈 유아복(제로투세븐) 커피전문점(폴바셋)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면서 흰우유 부문의 적자폭을 메운 것이 원동력이 됐다.
김 대표는 최근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단순히 우유를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직접 중국 공무원을 찾아 설득하고 올 정도로 열성이다. 올 초에는 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개척을 위해 지역적으로는 중국에 집중하고 그 외 미국, 동남아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정체된 성장으로 국내 유업계 전망이 밝지만은 않지만 비전과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쓴 중 하나가 유업체 최초로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테마파크다. 오는 22일에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체험ㆍ교육ㆍ엔터테인먼트 목적의 테마파크인 '상하농원'을 개관한다. 기존 매일유업의 유제품 공장 자리에 3만평 규모로 들어서는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2009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다. 상하농원을 통해 농수산업(1차 산업), 제조업(2차 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이 복합된 6차 산업을 선보여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꿈꾸는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

이런 김 대표도 어머니 앞에선 죄인이 된다. 어릴 적에는 오남매 중 막내로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막내딸이었지만, 최근 몇 년동안 어머니가 쇠약해지고 어느날 갑자기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시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 오빠 내외에게 부담이 되는 게 짜증이 나서, '엄마한테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마음과 달리 톡톡 쏘는 말을 내뱉었다. 엄마에게 받기에만 익숙했는데, 더 이상 엄마에게 받기보다 해드려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목놓아 엄마를 불러봐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그는 오늘도 속으로 징징거리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 출근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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