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무주택자라면 요즘처럼 듣기 거북한 뉴스가 많은 적도 드물 것 같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4억원을 돌파했다. 3억원을 넘어선 지 약 2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흙수저' 사회 초년생이 평균치의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계청 발표대로 연간 소득이 5322만원인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로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7.5년간 모아야 한다. 그런데 한 푼도 쓰지 않을 자신은 그 누구도 없다. 절반을 생활비로 쓴다고 치더라도 15년간을 저축해야 전세금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세입자들에겐 앞으로도 더 걱정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연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최대 16곳)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조금 욕심을 내서 매매가 수준이 5억원을 넘는 집에 전세로 들어간다고 할 경우 더욱 긴 세월을 인내하며 급여를 모아야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다.


숨 가쁘게 올라가는 전세금에 지쳐 새 아파트를 마련해 보려고 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부동산시장이 약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은 탓에 덜컥 집을 분양받은 뒤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곤두박질치면 어떡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반값으로 폭락한다"며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한다. 집단대출마저 쉽지 않고 금리부담도 예전 같지 않아 분양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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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물량을 고집하기도 어렵고, 내 집 마련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 사상 유례없는 전세난에 정부도, 전문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답답함은 더해진다.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겠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얘기는,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숨 쉬기도 어려운데 며칠만 기다려보면 맑아질 것이라는 정도의 의미 없는 위안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4월13일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당장 세입자들의 고민을 풀어줄 것이라고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새누리당만 '주거안정 도모'를 10대 정책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빈집 리모델링과 신혼부부 특화 행복주택 등 해묵은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세입자들이 웃으려면 정녕 TV 드라마나 개그프로그램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인가 싶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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