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 오늘 타계 17년,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이 영화에서 미래로 표현된 2001년은 이미 과거가 됐고 큐브릭이 세상을 떠난 지도 17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인공지능 컴퓨터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터넷의 개념이 막 태동한 60년대 후반 큐브릭은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상상했다. 할 9000은 할 시리즈 중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기종으로 묘사되며 인간과 체스 게임도 하고 사적인 대화도 나눈다. 하지만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컴퓨터의 지능이 아니다. 할은 자신을 불신하는 인간을 내쫓기도 하고 상황이 불리하자 화해를 청하기도 한다. 기능을 정지시키자 전원이 꺼지며 죽음에 대한 공포로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 존재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그린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가. 빌 게이츠는 1997년 미국과학발전협회 회의에서 2011년까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처럼 듣고, 보고, 말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시리(Siri)만 봐도 듣고, 보고, 말할 수 있는 컴퓨터는 먼 미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진 컴퓨터는 요원하다.
알파고는 바둑돌의 위치를 보고 다음 돌을 예상하며,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3000만개의 바둑돌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훈련되고 계속되는 반복 대결을 통해 학습되고 있다. 지더라도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강해지도록 만들어졌다. 이세돌 9단은 승리를 낙관한다. "지금 단계에서 인간이 진다면 너무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이번 대결에 대해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전평이 많다. 하지만 설령 이세돌 9단이 진다고 해도 알파고가 할 9000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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