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20년전 돌아간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랑과 소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소설 '연인'은 이렇게 끝이 난다. 1930년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10대 프랑스 소녀와 부유한 30대 중국인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1992년 개봉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개봉 당시 제인 마치와 양가휘의 격정적인 정사신이 화제가 됐으며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뒤라스는 연상의 남자와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으로 1984년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실제 노년에 그의 곁을 지킨 것은 35살 연하의 연인이었다.
뒤라스는 66세인 1980년 35살 연하의 앙드레아를 만났으며 8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6년 동안 사랑을 나눴다고한다. 노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뒤라스의 건강은 좋지 못했다. 알콜 중독으로 고생했고 1988년 이후에는 자주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활동은 왕성했다. 1992년에는 그의 젊은 연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얀 앙드레아 스테네르'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마지막 작품으로 앙드레아와 나눈 대화와 기억, 일기 등을 모은 '이게 다예요'를 썼다. 크리스티안느 블로-라바레르는 뒤라스의 평전에 "그에게 글쓰기란 참을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지독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에게 글쓰기는 피해갈 수 없는 유일한 길임에 틀림없다"고 썼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뒤라스가 그토록 싫어했던 FN은 최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로 높아진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제1당으로 부상했다. 비록 FN은 결선 투표에서 패했지만 향후 프랑스 정치권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의 반대급부로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프랑스와 테러에 대한 불안을 부추겨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 한국의 사정은 닮아 있다. 20년 전 세상을 떠난 뒤라스가 오늘날을 본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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