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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전 비상]잇딴 고장·사고 뒤엔 '비정규직의 눈물'

최종수정 2016.03.05 14:13 기사입력 2016.03.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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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 사진=아시아경제DB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메트로 전동차 정비 용역업체 직원 A씨는 얼마전 작업 도중 누군가 갑자기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감전사할 뻔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기관 소속 정규직들과 A씨같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다치거나 다칠 뻔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다른 문제도 있다. A씨같은 비정규직들이 안전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장비 구입ㆍ낡은 부품 교체를 요구해도 '말 빨'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A씨는 "원청들이 비용만 따지면서 비정규직들의 말은 무시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정비를 맡은 자회사소속 B씨는 '원청'인 공사 측이 자신들의 정비 잘못을 자회사에 전가시킨다고 호소했다. 정비를 다 끝냈는데도 냉방이 잘 안 되서 모터까지 다시 한 번 교환을 한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정규직이 담당한 신호ㆍ제어 부문에서 선을 잘못 연결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원청은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서울 지하철 고장 사고의 이면에는 비정규직의 '눈물'이 자리잡고 있다. 워낙 전동차와 설비가 낡은 탓도 있지만, 서울시가 2008년부터 전동차 정비를 용역업체ㆍ자회사 비정규직들에 외주를 맡기면서 정비 부실로 인한 각종 고장ㆍ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정비 용역 외주화

서울 지하철 전동차의 정비를 비정규직이 맡게 된 것은 오세훈 전 시장 때 일이다. 오 전 시장은 '창의혁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규직 감축을 명분삼아 전동차 경정비를 외주화시켰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2008년부터 외부용역업체를 선정해 매일 또는 3~18개월 주기로 실시하는 전동차 소모품 검사 및 교환 등 경정비를 맡기고 있다. 해당 용역업체에는 서울메트로에서 명퇴한 전적자 38명과 자체 채용자 등 102명이 연간 계약을 맺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0년부터 자회사를 설립해 4년마다 실시하는 전동차 중정비 일부와 소모품 교체 등 경정비 일체를 위탁하고 있다. 이 자회사는 30명의 전적자와 132명의 자체 채용자 등 162명이 일하고 있다.
▲외주화, 정비부실ㆍ안전사고로 이어져

이같은 정비업무 외주화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정비 부실과 잇딴 현장 안전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21~30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정비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노동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비 부실과 잦은 현장 사고의 현실이 잘 나타나 있다.

응답자 중 88.5%가 "최근 최적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응답자는 11.5%에 그쳤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고정된 인력에 늘어나는 업무량'(7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2위는 '원청(본사)과의 소통과 협업부족'(55.5%)이었다. 정비업무에 필요한 비상대응 등 직무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98.4%가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교육ㆍ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교육할 시간과 인력부족'(46.8%), '교육시스템 부재'(22.0%), '비정규직에 대한 무관심'(13.7%), '비용절감'(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들의 근무 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최근 3년간 업무량과 강도가 늘었다는 응답이 85.2%였다. '차량노후화'와 '업무의 임의적 전가'가 45.0%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작업도중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부상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41.5%로 절반에 가까웠다. 직업에 만족하는 노동자는 12.7%에 불과했고, 이직을 고려했다는 응답이 93.6%에 달했다.

지하철 고장

지하철 고장



▲정규직과의 차별ㆍ소통 부재 심각

특히 정규직들과 의사 소통이나 정보 전달 부재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뻔 했던 적도 많았다. 응답자 중 48.3%(58명)이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이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답변은 94.5%(120명)에 달했다. 또 93.7%가 "핵심 업무를 하지만 대우를 받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휴가나 병가 조퇴를 사용할 때 눈치가 보여 못 쓴다는 사람도 94명(74%)이나 됐다. 정비에 필요한 장비ㆍ부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도 90.5%(114명)이나 됐다.

▲ 정규직들도 "소통부재로 작업 어렵다" 공감

이같은 비정규직들의 호소에 정규직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이 연구위원이 서울메트로ㆍ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정규직 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작업도중 소통 부재로 비정규직들이 다치거나 다칠 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1%(4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정규직들도 대다수(125명ㆍ80.2%) 외주업체ㆍ자회사 소속 비정규직들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비정규직들이 직영으로 전환되더라도 업무 차질이 없을 것(103명ㆍ66.5%)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비업무를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128명ㆍ82.1%)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이영수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외주정비 운영체계는 차량노후화가 심각한 서울지하철 전동차 정비를 최적으로 유지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지하철 안전을 보장하고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동차 정비 외주 직영화를 빨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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