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징과 구분해 진짜 '성조숙증' 가려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요즈음 아이들은 예전보다 부쩍 빨리 자라는 것 같습니다. 여자 아이의 경우 유방이 커지고 남자 어린이의 경우 고환이 커지는 시기를 제2의 급성장기라고 합니다. 인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출생한 뒤 약 2년 동안 성장이 급속하게 이뤄집니다. 이 시기를 제1의 급성장기라고 부릅니다.
2차 급성장기는 사춘기 때 찾아옵니다. 성조숙증과 구별해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급성장기를 성조숙증으로 잘못 받아들여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만 12~13세쯤 고환의 크기가 커지면서 사춘기가 나타납니다. 음모가 진행하면서 급성장이 이뤄지죠. 남자에서는 평균 연간 10㎝ 정도 자랄 정도로 폭풍 성장합니다.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때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에 비해 훨씬 빨리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 모두 제2의 급성장기 이후에는 키가 자라는 속도가 점차 감소합니다. 연간 2㎝ 미만으로 자랍니다. 이 같은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문제는 여자에서 8세 전에, 남자에서 9세 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성조숙증은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군요. 여자의 경우 대부분 원인질환이 없습니다. 남자의 경우 일부에서 원인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종양이나 뇌 기형, 뇌 손상, 갑상샘 이상, 난소나 고환 또는 부신의 질환, 성호르몬제 등이 성조숙증의 원인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돼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사춘기의 진행 속도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경우 식이요법을 시행하거나 운동 등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춘기의 진행이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의 신체변화뿐 아니라 성호르몬에 의한 조기 골 성숙으로 최종 성인키의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빠른 초경에 대처가 미숙할 수도 있죠. 심리 사회적적 행동 문제 등이 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사춘기의 조기발현이 의심된다면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을 찾아 가면 X레이 촬영을 해 골 연령(뼈나이)을 측정하고 호르몬 검사를 시행합니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초경을 하거나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린 연령에서 사춘기가 시작돼 성조숙증으로 진단됐다면 성선자극호르몬작용제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이용해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치료가 가능합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송민섭·진혜영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와 관련해 여아에서는 만 9세 이전에, 남아에서는 만 10세 전까지 치료를 시작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며 "늦기 전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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