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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관계자 막무가내 떠밀어 맨몸으로 도망치듯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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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직원의 피난길 같았던 출경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완제품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몸만 겨우 빠져 나왔습니다."
11일 오후 10시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한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직원은 이 같이 말하며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직원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시각은 이날 오전 9시께. 설 연휴 마지막 날 정부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에 따라 전일 우선 가져와야 할 완제품은 물론, 원부자재 등을 점검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채였다.

아침 출근시간이 지났지만 공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북한 당국 방침에 따라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트럭에 짐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 물건을 반출하고 다시 돌아와 물건 챙기기에 여념이 없던 오후 5시께 갑자기 북측 관계자들이 공장으로 들어와 나가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며 버텨봤지만 막무가내로 내쫓겨야만 했다. 그는 신발도 갈아 신지 못한 채 맨몸으로 도망치듯 개성공단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정부 발표로부터 북한의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 방침 결정, 이로 비롯된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의 전원 철수가 완료될 때까지 29시간 동안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됐다.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사회를 준비하던 개성공단기업연합회에도 북한의 강제추방 소식이 전달됐다. 당초 정부에 철수 시한 연장을 읍소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추방 발표에 상황은 급변했다. 무엇보다 입주 기업들의 설비, 물자, 제품 등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는 발표에 망연자실했다.

이사회 결과는 이번 극단적 사태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로 180도 바뀌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연합회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연히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무리하고 부당한 결정을 한 정부에 대해서 합당한 후속 대책과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성토했다.

연합회 측은 입주 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지난 2013년의 2배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 5개월 동안 입주기업들의 피해 신고 금액은 총 1조566억원이었다.

하지만 원자재와 완제품을 상당부분 반출할 수 있었던 2013년과 상황이 다르다. 모든 자산이 개성공단에 묶여 있다. 조업 중단에 따른 신뢰도 하락과 이로 인한 추가 납품의 감소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최소 2조원을 넘길 것이란 분석이다.

정 회장은 "2013년에는 어떤 피해를 입었어도 사태 발단 책임이 북측에 있어 우리 정부에 요구하기가 어려운 입장이었고 다시 공단 가동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면서 "개성공단은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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