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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음악 꿈나무’들이 들려준 치유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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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열린챔버오케스트라가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환자들의 치유를 기원하는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여수 열린챔버오케스트라가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환자들의 치유를 기원하는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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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열린챔버’ 화순전남대병원 초청공연"
가난 딛고 음악도 성장…환자들 “큰 감동”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전남 여수의 달동네 음악 꿈나무들이 들려주는 희망찬 선율이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 울려퍼졌다.
지난 2일 화순전남대병원(원장 김형준) 1층 여미아트홀에서는 입춘과 설을 앞두고 ‘희망나눔 새해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여수 열린챔버오케스트라(이하 ‘열린 챔버’)가 초청돼,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공연을 펼쳤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사랑으로’등 다양한 곡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담아내, 암투병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희망을 선사했다.

특히 이날 ‘열린챔버’의 결성과 운영에 관한 얘기가 전해지면서 관객들의 호응이 더해졌다.

지난 2003년 창단된 ‘열린챔버’는 여수 달동네에서 꿈을 키워온 음악도들로 구성돼 있다. 오늘의 오케스트라가 있기까지에는 정한수(60)·이인애 목사부부의 뜨거운 헌신과 열정이 녹아있다.
정목사는 지난 1991년 여수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광무동에서 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교회 부설로 열린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한 뒤 2003년 8월 오케스트라를 꾸렸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달동네를 배회하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여수산단 한 기업의 후원으로 악기를 마련하고 음악강사들의 재능기부로 시작할 수 있었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정목사 자신이 단장을 맡았다.

정목사는 “악보도 볼 줄 몰랐던 아이들이 음악에 몰입했고, 4명이 음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 음대생 선배들은 토요일마다 후배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현재 ‘열린챔버’는 고교·대학생 15명과 학부모 10여명, 초·중학생 위주의 ‘키즈앙상블’30명으로 구성돼있다. 매년 10여 차례 이상 노인시설 등을 찾아 음악봉사를 하고 있다. 빠듯한 악단살림이지만, 2012년 8월부터는 ‘섬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시작해 매년 1~2회씩 낙도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엘 시스테마’로 알려지면서 지난 2009년과 2013년 국제청소년축제에 초청돼 출연했고, 지난 2010년에는 일본에 초청돼 도쿄, 오사카, 교토 등에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불우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 모범사례로, 영화로도 제작돼 전세계에 알려진 바 있다.

지휘는 전임자인 김사도씨에 이어 화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중인 박건욱(42)씨가 맡고 있다. 박씨는 매주말 여수로 가 종일 단원들의 연주를 세세하게 지도하고 있다. 정목사는 “겨우 교통비만 드리는데도 아이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쳐줘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엔 넷째아이를 임신중인 박씨의 부인 김은혜(38)씨도 참여, 플루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연주회를 감상한 유방암 환자 김모씨(47)는 “그동안 치료받으며 우울하고 괴로웠던 마음을 한껏 치유받았다. 단원들의 사연을 전해들으며 음악을 감상하다보니 더 큰 감동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때부터 ‘열린챔버’단원으로서 음악교육을 받은 뒤, 올해 목포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는 박지수(24·여)씨는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드리는 기회를 갖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목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꿈이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이웃들과 아름다운 공동체를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열린챔버’단원들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연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에게 화답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미소가 싱그러웠다. ‘희망의 봄’을 꿈꾸는 이들로 병원 안팎이 훈훈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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