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의 체질개선 통했다…SK이노, 저유가 불구 수익 2兆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SK이노베이션은 2년 전 국제유가 급락에 재고 손실까지 더해져 18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창사 이래 37년 만에 첫 적자라 회사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이듬해인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악몽을 털어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48조3599억원, 영업이익은 1조9803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도(영업손실 1828억원)보다 2조2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유가는 전년에 비해 더 떨어졌지만, 정제마진 개선과 지난해 초 위기의 SK이노베이션 경영을 맡은 정철길 부회장(대표이사)의 발빠른 시장 대응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취임 직후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이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회사 수익도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자 선제 대응을 시작했다. 원유수입 다변화, 효율적 공정 운용,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강조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익ㆍ사업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정 부회장은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시기를 반면교사 삼아 지난해 초부터 매주 각 사업부문 담당 임원들이 모이는 '시장변수 검토회의'를 가동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회의를 통해 급변하는 국제유가와 시장 상황에 실시간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두바이유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달러 이상 높게 가격이 형성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중동산 도입 물량을 줄이고 좀더 저렴한 아프리카ㆍ유럽ㆍ남미 지역의 원유 도입을 확대한 것도 이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도입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을 75%까지 낮췄고 이에 따른 수입 단가도 크게 내려갔다.
적절한 시기에 고도화 설비를 가동한 것도 주효했다. 일반 정제설비는 원유 투입 시 경유나 휘발유, 납사 등 고부가 석유제품을 절반, 가격이 싼 중질유 제품을 절반 가량 생산한다. 이 중 저급의 중질유 제품을 다시 투입해 한번 더 정제한 뒤 휘발유와 경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도화설비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정제마진이 줄어들자 원유수입 물량을 줄이는 대신 고도화설비에 투입하는 저렴한 중질유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석유사업에서 타사 대비 더 큰 이익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근본적인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이후 정유업계 실적 회복을 '알래스카 여름'에 비유하며 주변의 낙관론을 경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 전체 임원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영업이익 1조~2조원에 만족할 게 아니라 매년 3조~5조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사업구조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정유사업 외 석유화학, 윤활유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비중을 높이며 실적 반전을 이뤄냈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지난해 28조3392억원의 매출과 1조30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GS칼텍스는 2014년 45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유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매출액 17조8903억원, 영업이익 877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1조6337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성과다. 4일 오후 정유사 중 마지막으로 실적을 공개하는 현대오일뱅크도 6000억원 안팎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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