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F-35B 원하는데 미국은 해리어 판매설 흘려
◆F-35B 대신 구식 해리어 판매설 흘린 미국=대만은 미국에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팔라고 통사정을 해왔다.대만은 미 해병대에 배치된 단거리 이륙과 수직착륙이 가능한 F-35B를 원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디펜스뉴스에 대만공군은 최상의 작전상의 우위를 원하고 초음속과 단거리수직이착륙(STOVL), 스텔스, 시계 밖 전투능력을 가진 최첨단 전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AV-8 해리어가 대안으로 간주됐지만 이런 종류의 기체는 시대에 뒤지며 미래 작전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말이 없다. F-35B를 대만에 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로 도입 40년을 넘긴 F-16 최신형 조차 팔고 있지 않는 미국이 초음속에다 최첨단 스텔스 성능의 전투기를 대만에 팔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에 기술이 새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F-35를 내줄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국은 제공여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양안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불과 몇 시간 안에 1400여발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대만 공군기지의 활주로와 기타 지원시설을 파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단거리·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 전투기를 산악지역 내부에 은닉시켜 둘 경우 공중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해리어는 상대적으로 오래되고 갈구하는 스텔스 전투기는 아니지만 대만에는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게 미국 매체들의 주장이다. 대만보고 해리어를 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대만 공군 장성들은 펄쩍 뛴다. 속도가 초음속을 밑돌고 공중전 능력이 없는 등 제한된 능력과 개조비와 군수지원 문제 등을 들어 대만공군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해리어 선택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직이착륙기능과 설계수명은 장점?=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해리어 전투기는 제법 오래된 전투기다. 1990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 참가한 해리어 전투기 개량형이다.
미 해병대에 최신 기체가 마지막으로 인도된 것은 1997년이며, 기존 기체를 분해 후 보수·조정·재조립해 재제조한 AV-8B 해리어 II 플러스가 마지막으로 인도된 것이 2003년이다. 그렇지만 재제조 기체만 본다면 기령이 올해로 13년으로 다른 미군 전투기에 비하면 기령이 짧은 편이다.
해리어는 스텔스 성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초음속 비행능력도 없다. 최고속도가 시속 1083km에 그친다. 항속거리는 최대 3300km지만 무기와 연료를 탑재한 전투작전반경은 556km에 불과하다. 무기 탑재량도 6743kg으로 많지 않다. 최대 이륙중량도 14.5t이다.한국의 FA-50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시계 밖 전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퇴역한 영국 해군의 '시 해리어' 전투기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암람 운용이 가능한 레이더를 탑재해 미 해군 항보 탑재기인 F/A-18C 호넷 젙투기에 필적할 정도의 시계밖 전투능력을 갖췄다고 파일럿들은 전한다.
따라서 F/A 18A에서 떼낸 APG-65 레이더를 약간 개량하고 암람 미사일을 탑재한다면 제법 쓸만한 공중전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대만은 기체를 보강하고 APG-65 등 기계식 레이더를 레이시언이나 노드롭그루먼사의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AESA 레이더는 시계밖 전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당초 미해병대가 계획한 대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해리어는 최신 전투기로 변신할 공산이 크다. 미 해병대는 헬멧장착 자동조준장치와 연결돼 조종사가 눈으로 확인하는 모든 표적에 대해 항공기를 움직이지 않고도 쏠 수 있는 근거리 공중요격용 열추적 미사일 AIM-9X 사이더 와인더 미사일를 탑재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에어포스 테크놀러지 닷컴은 해리어II 플러스는 이런 무장을 운용하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 게 맞다면 해리어 전투기는 중거리 공대공,공대지, 단거리 공대공 교전 능력을 갖춰 중국 전투기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 해병대는 레이더와 열추적 미사일의 접근을 따돌리기 위한 채프 플레어 발사기, 레이더 경보 수신기, 전자전 포드를 추가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다양한 메시지 포맷 터미널과 링크-16 데이터 링크, 초고속 데이터 링크 등이 추가될 수 있다. 4세대 라이트닝표적획득 포드(Litening pod)가 탑재된다면 공대지 유도탄인 AGM-65E 매버릭 미사일과 정밀폭탄인 GBU-54 레이더 합동직격탄(JDAM)도 운용할 수 있는데 에어포스 테크놀러지 닷컴은 이미 이것도 운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한다.
◆높은 개조·운용 유지비가 걸림=해리어를 도입하고 운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을 돌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 기체라 수리,구조개선, 항전장비 개량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운용유지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만 내 방산 전문가들도 "해리어 전투기 획득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롤스 로이스제 터보팬 엔진은 유지보수가 매우 어려운 엔진이다. 게다가 부속품 확보는 난제 중의 난제다. 미 해병대조차 부속품을 떼어내 사용할 목적으로 영국군이 퇴역시킨 74대의 GR9A 해리어기를 몽땅 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한 무장 탑재량이 작고 작전 반경이 약 300마일로 짧다는 것도 흠이다. 그렇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대만 전투기는 좁은 지역만을 맡는 데다 양안 분쟁 시 대만의 목적이라고 해봐야 미군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기 때문에 해리어는 이상적인 해법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미국 매체들의 평가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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