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강당에서 열린 청해부대 19진 입항 환영식에서 유달리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 해군 중위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 동안 동료들과 함께 파병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자리에서 혼자 관심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언론들은 최 중위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했고 대중들도 주목했다. 이날 주요 인터넷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최 중위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관심은 최 중위가 다른 '재벌 3세'들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 2~3세는 풍족하게 자라 최고급 교육을 받고 얼마간의 형식적인 경영수업 후 자질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회사를 물려받을 '금수저'로 여겨져 왔다. 집안의 돈과 권력을 믿고 사고를 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무례하고 방탕한 영화 '베테랑' 속 재벌 2세의 이미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최 중위에게 쏟아진 긍정적 관심의 한편에는 쉽게 부를 세습하는 여느 재벌 2~3세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또 재벌의 아들, 딸로 태어났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 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에 '한중 Intercultural Union(ICU)'라는 단체를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혐한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문화 교류를 하는 동아리가 모태가 됐다. ICU는 중국 내 다국적 학생들이 모여 문화 교류와 인권 신장 등을 논의하는 NGO로 성장했다고 한다. 또 최 중위는 졸업 후에는 중국 유학생활의 경험을 살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 출신인 이종식씨와 판다닷컴코리아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쇼핑몰인 이 회사는 SK와 아무 관련이 없다.
최 중위가 재벌가 딸 중 처음으로 군 장교로 입대한 배경에는 이 같은 자립심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말리아에서 돌아온 최 중위는 내년 초 정기 인사에서도 전투부대에 근무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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