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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지화 전략 通했다"…한진重 수빅조선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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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빅조선소 현장 르포
'직업훈련·주거공간 마련'…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누적 인도금액 52억 달러·건조량 100척 돌파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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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필리핀)=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006년 첫 삽을 뜰 당시 초대법인장을 맡아 완공까지 전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건설과 조선업을 병행하다보니 당시엔 부침이 있었는데 올해 다시 와보니 이젠 동선부터 건조과정 모두 자리를 잡은 것이 느껴집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계획 초기부터 공을 들인 것이 결과로 나타난거죠."
심정섭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장은 24일 "조선경기가 어렵지만 다른 조선소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포지션에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며 6년 새 달라진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위상을 이같이 설명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항구도시 수빅은 불과 6년 전만해도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2006년 5월 300㎡의 광활한 부지에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기대보단 우려가 컸던 이유다. 더군다나 조선업 기반이 전혀 없고 연중 후텁지근한 필리핀 이라니. 업계선 무리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는 국내 조선사 중 가장 성공한 해외조선소로 꼽힌다. 비슷한 시기 투자를 결정해 조선소를 완공한 STX조선해양의 중국 다롄조선소는 파산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신세로 전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역시 10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빅조선소가 올 3분기 2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난 것과는 대조된다.
24일 찾은 수빅조선소는 한 번에 600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의 웅장한 소리와 함께 건조작업이 한창이었다. 조선소의 두 도크에는 총 7척의 선박이 건조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6도크에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되는 모습.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6도크에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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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길이 550m, 폭 135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도크에는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과 9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척 등 총 4척이 건조 중이었다. 100번째로 건조되는 선박인 그리스 코스타마레사의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내년 1월 진수(도크에서 선박을 빼내는 작업)를 앞두고 블록조립이 한창이었다. 현재까지 모인 블록은 총 80개. 230개의 단위 블록이 모여 배 한 척이 된다. 동선 역시 효율적이었다. 조선소의 중심에 조립공장과 가공공장이 위치해 있어 작업을 마친 기자재들은 빠르게 각각의 도크로 운반됐다.

◆낮은 인건비·현지 전문인력 양성…불황 버틴 원동력=수빅조선소가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됐던건 아니다. 투자를 결정한 2006년만 해도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조선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빅조선소는 시작과 동시에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설립 당시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고 수빅을 키운다'는 루머가 노사 갈등-노조 파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회사의 이미지는 급격히 하락했다. 가뜩이나 드문 발주에 회사 이미지까지 추락하며 선주의 발길 마저 뚝 끊겼다.

불황을 버티게 한 건 필리핀의 낮은 인건비였다. 월 40만원 가량의 임금은 국내 근로자의 1/10, 중국 근로자의 1/3 수준에 그친다.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 역시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데 보탬이 됐다. 300명 가량의 한국인 관리직 직원 만으로 2만7000명에 달하는 현지 근로자를 통솔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진중공업의 현지화는 직원 고용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은 전체 인력의 90%를 차지하는 필리핀 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조선소 완공 2년 전인 2007년부터 기술훈련원을 설립, 현지인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원을 거쳐간 현지인만도 4만5000명을 넘어섰다. 1000세대 규모의 주택을 지어 현지 근로자들의 주거 안정도 도모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한 현지 근로자가 블록제작을 위해 강재를 커팅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한 현지 근로자가 블록제작을 위해 강재를 커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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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대형화·해양플랜트 수주가 미래 먹거리"=한진중공업의 현지화 노력은 수주 확대로 이어졌다. 2007년 1호선 건조에 착수한 이래 현재까지 95척을 인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총 인도금액만도 약 52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누적수주량 100척을 기록하며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조선소 10위권에 첫 진입하기도 했다.

건조하는 선박도 대형화되고 있다. 2009년 4300TEU급 컨테이너선을 제작하던 수빅조선소는 6년 새 2만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하는 글로벌 조선소로 성장했다.

2만TEU급은 배 한척에 길이 20피트(6m)짜리 컨테이너 2만개를 적재할 수 있는 크기를 말한다. 거대한데다 운항 효율, 친환경성 등을 모두 갖춰야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은 조선소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현재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거나 건조 중인 조선소는 전 세계 통틀어 국내 조선 빅3(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일본 이마바리조선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수빅조선소에서 건조될 컨테이너선은 현재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세계 최대 크기로 길이 400m, 깊이 33m에 이른다.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 넓이에 달한다. 한진중공업은 내년 2월 강재절단을 시작으로 2017년 하반기까지 건조를 마무리한 후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이와 함께 상선 중심의 사업 구조를 해양플랜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심정섭 사장은 "세계 경제 불안으로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세를 타게 되면 수빅조선소가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며 "향후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사업장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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