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운명의 날 D-1…금융개혁법안 줄줄이 밀리나

상시화·폐지 갈림길..여야 팽팽히 맞서 통과 쉽지 않을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시화 여부가 25일 결정된다. 상시법을 목표로 하는 여당과 폐지해야 한다는 야당은 이날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최종 논의한다. 하지만 여야가 하루 전인 24일까지도 기촉법을 놓고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올 연말까지인 일몰 시한을 준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 법안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를 넘기면 예산안 처리 등으로 기촉법을 다루기가 어려워진다"면서 "25일 소위에서 최종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몰 시한을 넘겨 법의 효력이 상실될 경우 기업구조조정에서 실기할 수 있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기촉법 핵심은 채권단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자율협약과 달리 75%의 동의만 얻어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일몰 시한이 연장됐다.

야당은 기촉법이 기업간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해외에 유례가 없으며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법 폐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대신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발의한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기업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법원이 기업의 회생계획을 짤 수 있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이 국내 현실에 최적화된 제도라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통합도산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용태 의원은 "야당이 통합도산법을 꺼내든 것은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아닌 단순히 연말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한시법 형태로 일몰시한을 연장한 이후 통합도산법과 기촉법을 비교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순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무위 여당 의원들은 최근 '5년 한시법'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무위 관계자는 "상시화가 안된다면 한시법으로 하되 일몰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상시화 보다는 5년 늘리는 쪽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야당도 일시 폐지 보다는 일단 한시법으로 유지하는 게 덜 부담스럽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측 관계자는 여당의 5년 한시법 주장에 "1∼2년도 아니고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촉법 외에도 금융개혁 추진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등 다양한 법률이 국회에 발목잡혀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