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업 사업전략 무의미해져"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 특허를 둘러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관세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문제는 불과 2년전 개정했던 내용까지 번복, 규제 방향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데 있다. 글로벌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국내 기업들은 법에 묶여 눈치만봐야하는 형국이다.
24일 국회 및 각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현행 관세법 제 176조2(특허보세구역의 특례)의 5항 '보세판매장의 특허기간은 5년 이내로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10년이던 특허기간을 5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 2013년 적용되기 시작한 지 2년여만이다.
◆하반기에만 8개 개정안 발의= 국회에서는 지난 7월 신규면세점 선정 심사가 끝난 이후부터 면세점과 관련된 관세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돼왔다. 면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사업자에 전례없는 관심이 쏠리면서다.
이달 발의 예정인 심재철 의원의 개정안을 제외하고도 올해 하반기에만 총 7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 면세 특허의 보유 자격, 수수료 수준, 평가 기준 등을 현행법 기준과 달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전략 세워서 뭐하나…법 계속 바뀔텐데"= 시장에서는 심재철 의원이 발의를 검토중인 특허기한 연장 관련 개정안을 반기면서도, 관련 법안에 따라 휘둘려야 하는 처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관세법 개정안이 대부분 수수료율을 높이거나 특허유지를 까다롭게 만드는 방향으로만 발의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허기간이 늘어나면 기존 사업장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지만, 같은 내용의 규제가 몇년만에 번복된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 "면세점의 경우 정부 주도로 심사, 허가하는 특허를 가지고 전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관련법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면세점 관계자는 "수조원대 규모의 면세시장이 법조항 한두줄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면서 "사업전략을 세우면 뭐하나, 법이 계속 바뀌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각 업체가 사업장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유치할 때에도 이 같은 국내 상황이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장 운영의 영속성이 떨어지고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례처럼 갑자기 사업장 문을 닫게되면 매장 인테리어 비용마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체가 관련 비용을 보상처리 해준다고 해도 그 과정이 번거로울 뿐더러, 100% 보상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입점 위치, 접근성, 주변환경, 인테리어 등 모든 조건을 굉장히 꼼꼼하고 까다롭게 따진다"면서 "최근 한국 면세시장의 급성장으로 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규제 리스크로 불안한 상황이 되면서 브랜드 관계자를 설득할 명분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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