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IT]아이 엠 '소리'…난 너와 조금 달라
넌, 막귀…난 10억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승차감이나 엔진의 출력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소형차를 끌고 다녀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BMW나 벤츠에 만족하고, 또 혹자는 그보다 더 고가 브랜드인 벤틀리나 롤스로이스를 탄다. 어떤 차를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차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난다.
오디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오디오는 앰프와 스피커로 구성된다. 앰프가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스피커는 바퀴다. 10만~100만원대 수준의 케쥬얼한 데스크탑 오디오부터 스피커 한 대에만 10억원을 넘나드는 초고가 오디오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고음질ㆍ고품질 음악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오디오 제품 전반의 프리미엄화도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CD나 MP3를 넘어 프리미엄 고음질 무손실 음원(FLAC) 시대가 도래하면서 단지 '음악을 듣는 행위'에 만족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전문가 못지 않은 '욕망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악의 고음질화가 오디오 전체 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SD(표준화질)급의 영상을 보려면 어떤 TVㆍ모니터를 사용해도 무관하지만 4K 영상을 보려면 4K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영국 바우어스앤윌킨스(B&W)와 매킨토시의 한국 수입사인 로이코의 정민석 마케팅 팀장은 "예전에 사용하던 LP판은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냈지만 CD가 등장하면서 음악이 압축되기 시작됐다"면서 "이후 MP3는 CD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용량을 줄이니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사용해도 음질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MP3나 CD에 담긴 음원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마스터 원본의 데이터를 압축한 것이다. 마스터 원본 데이터 용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MP3나 CD에 담으려면 미세한 소리나 고음역의 일정 부분을 없애 재생 주파수 대역폭을 줄여야 했다.
반면 한쪽면에 4곡만 기록할 수 있던 LP판(24비트/96킬로헤르츠)의 고음질 음원은 보다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압축되면서 줄어들었던 미세한 소리와 고음역의 일정 부분이 무손실음원의 대중화와 함게 다시 살아나면서, 이를 즐기기 위한 고품질 오디오 장비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한 오디오 업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출로만 보면 오디오 시장이 성장세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 안에서의 단가나 질적 성장을 통해 하이엔드 제품군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가 오디오'라는 기준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관련 업체들은 오디오 애호가나 아티스트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하이엔드 제품군은 2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라고 입을 모은다.
로이코가 지난 3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하이엔드오디오쇼에서 선보인 B&W의 '다이아몬드800' 스피커는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대표적인 제품이다.
4300만원에 달하는 이 모델은 고주파수의 진동을 견뎌내며 안정적으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상단 출력부에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고 중음 출력부에는 방탄 소재인 케블라(kevlar)를, 저음 출력부는 우주공학 소재를 사용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한 고가 오디오 판매업체 대표는 "예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라인업은 2000만원 수준부터 시작한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음악 콘텐츠의 고화질화에 힘입어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은 비단 오디오 시스템 뿐이 아니다. 헤드셋과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 대부분이 휴대폰을 구매하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번들 이어폰을 사용했었다면, 이제는 70만원을 호가하는 이어폰을 구매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시장 조사 기관 및 소니코리아 자체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테레오 헤드폰ㆍ이어폰(모노 블루투스 타입 제외) 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2011년 900억원대에서 2012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현재 1200~1400억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중 블루투스 제품 비중이 2011년 3%정도에서 지난해 30%를 육박하며 10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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