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무역 대국 중 중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중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됐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주는 의미는 절대로 간단치 않다.
또한 중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FTA 허브로 부상하게 됐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기업들은 우리나라를 생산기지이자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산(Made in China)'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선진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은 한국산(Made in Korea) 중국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적극 투자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 개방이라는 말만 나오면 주눅이 들고 우리 시장 보호에만 급급한 FTA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작고 자원도 부족한 우리로서 무역 확대 없이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고, 그 결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 5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11년 사이에 상전벽해가 일어난 셈이다. 한중 FTA는 우리가 진정한 FTA 중심 국가로 도약했다는 방증이자, 우리나라 FTA 전략의 방점이다.
그런데 정작 한중 FTA는 아직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외교통일위원회에 한ㆍ베트남 FTA, 한ㆍ뉴질랜드 FTA와 함께 상정돼 있다. 30개월간 14차례 걸쳐 어렵게 협상을 진행해 타결했고 기업들은 이미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발효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중 FTA는 발효일에 첫 번째 관세 인하가 발생하고, 다음 관세 인하는 그 다음 해 1월1일에 이뤄지도록 돼 있다. 즉 올해 중에 한중 FTA가 발효되면 관세 절감 효과가 발효일과 내년 1월1일에 연달아 발생하게 되지만 올해 발효가 되지 않으면 그만큼 우리 기업에 손해가 돌아가는 셈이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는 TPP에 참여한 나라도 7개나 된다. 어렵게 한중 FTA를 체결한 보람이 있으려면 다른 나라가 뛰어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한다. 어떠한 일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양쪽이 타이밍을 맞춰 협력해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한중 FTA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정부의 줄탁동시를 통해 조속한 비준이 이뤄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게 커다란 기회의 문이 빨리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국은 한국 경제와 기업의 현재이자 미래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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