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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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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 (사진=아시아경제DB)

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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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 "공식 공개할지 상황 따라 검토"
집필진 이념 검증 vs 밀실집필 논란
교육부, 교학사 사태 때 심의위원회 명단 공개 꺼린 적 있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사 국정교과서 구분고시를 앞두고 집필진 구성을 고심 중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집필진 공개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이념 검증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공개하지 않으면 밀실에서 정권 의도대로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국편은 집필진이 구성되면 명단을 공개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교과서를 제작하면 집필진 이름이 실리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집필 과정에서 명단을 발표할지 여부는 뚜렷하지 않다.

16일 오전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필진 명단은 실질적으로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공개할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발표하며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출 수 없다"며 "집필에 들어가면 아마 공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적으로 그분(집필진)들과, 국편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해 집필진 공개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이처럼 교육 당국 수장이 명단 발표에 대해 뚜렷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집필진이 공개되면 개개인의 과거 학술 활동이 파헤쳐지며 이념 논란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벌써부터 국편이 접촉한 역사학자의 명단과 이들의 정치·역사적 편향성이 언급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적 결단이 확고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필진으로 참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학계의 반응이다.

그렇다고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이념적 균형성을 갖추기 위해 집필진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밀실집필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이념편향 논란이 불거졌을 때 검정교과서를 심사했던 수정심의위원회 명단 공개를 피한 적이 있다.

당시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고교 한국사교과서 8종 출판사에 대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위원회 명단은 학교에서 채택을 마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수개월간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명단은 역사교과서 집필진들과의 소송에서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제출됐지만 이마저도 교육부가 "외부에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학계와 교육계는 국정화 찬반 입장을 막론하고 집필진을 구성할 경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를 공개해야한다고 말한다.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의사를 밝힌 송양섭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교과서 저술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집필진을 숨겨놓고 교과서 제작을 한다는 건 자신들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국정화 찬성 입장을 밝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도 "객관적 사실,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편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집필진 공모방법, 교과서 제작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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