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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은 기소남발 法은 무죄방면…"기업인 배임죄 이대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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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집유·무죄석방…배임죄 과잉형벌 논란 재가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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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집행유예나 무죄로 석방되면서 배임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임죄는 기업인 사이에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표적 과잉형벌로 꼽혀왔다.

재계는 최근 배임죄에 대한 잇단 무죄 취지의 판결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배임죄의 적용범위와 기준을 완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검찰의 기소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재판에서 하급심보다 형량이 줄어들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전날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됐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2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강 전 회장의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 상당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들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에게 "기업범죄가 경제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감안하면 각성을 촉구하는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경영 정상화와 그룹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지난달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실패한 경영자였지만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는 결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경영상 판단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호소다.
지난달 대법원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ㆍ횡령ㆍ배임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일본 부동산 매입 대출금 전액이 배임이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경가법은 배임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형법상 배임(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매우 무겁다.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ㆍ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도 지난달 1심에서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을 불법영득 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파기환송심에서 배임 혐의가 크게 줄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광복절 특별사면 전까지 2년7개월 동안 수감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도 모두 배임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계는 이들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경영자의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하는 판결을 기대하고 있으며 현행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이 명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배임죄 고소ㆍ고발이 남발되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면서 배임죄 사건 상당수가 '혐의 없음' 등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배임죄 접수 및 처분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검찰에 접수된 배임죄 사건은 1만5796건, 2만460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385건, 1만257명은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 등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체 처분 대비 건수로는 45.5%, 인원 기준으로는 48.1%에 해당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자가 주관적으로 기업의 최대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했고 그 판단과정이 공정하다고 볼 만한 절차적 요건을 갖췄다면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해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배임혐의를 들이대는 순간부터 해당 기업인은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몰리고 해당 기업의 경영은 사실상 마비된다"면서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오히려 회사의 피해를 줄이고 기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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