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야 더 쓴다 vs 일해야 더 번다…경제효과 논란 속 '빨간날'의 고민

공휴일 늘어나면 소비진작 기대…광복절 연휴도 그걸 노린 것
하루 더 쉴때마다 산업생산 줄어 경제에 악영향 준다는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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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돈이다] 세종대왕님도 내일 쉬시나요? 원본보기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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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내일(한글날 10월9일) 쉬는 날인데 만약 특근수당 줄테니 일을 하라고 하면? ①쉰다 ②특근수당이 따따불이어도 쉰다 ③ 내 돈을 내서라도 쉰다. ④특근수당 액수를 보고 생각해본다. 여러분의 생각은?

이런 설문조사를 하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돈을 벌지 못해도 휴일 근무는 안하겠다'고 대답한대. 심지어 '돈을 더 내서라도 황금연휴엔 쉬고 싶다'고 말하는 직장인도 열명중 여덞명이 넘는다네. 그런데 쉬는날이 많아지면 조업일수가 줄어 가뜩이나 더딘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 그냥 쉬는 것이 좋은지, 열심히 일을 하는게 좋은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 그래서 오늘은 황금같은 휴일과 돈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해보자고.


◆2017년 2044년엔 하루 월차내면 열흘 쉬는 '초황금 연휴' 온다

내일은 한글날이야. 올해 추석 연휴는 4일밖에 안 됐지만 2013년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이 금요일이어서 3일간 쉴 수 있게 됐지. 가끔씩 이렇게 공휴일이 주말과 붙으면 3일 연휴를 쉴 수 있자나. 최근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미래의 달력을 한번 보자고.


2년 뒤인 2017년 10월로 가볼까. 이 해 추석은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어. 2017년 추석은 수요일인 10월 4일이야. 앞뒤로 3일과 5일이 공휴일이지. 그런데 3일은 개천절인 관계로 다음 첫 번째 평일인 6일이 대체 공휴일이야. 6일 이후에는 7일, 8일 주말이 이어지고 월요일인 9일은 공휴일인 한글날이지. 추석연휴 전날인 2일 월요일 월차를 내면 전주 주말인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이어지는 10일 간의 긴 연휴가 생기는 셈이야.


2044년 추석연휴도 비슷해. 2044년 10월 5일 수요일이 추석이니까 4일과 6일 앞뒤로 쉬어. 그런데 1일이 토요일이고 2일 일요일이야. 3일은 개천절이어서 공휴일이지. 그래서 이날도 7일 금요일 하루 월차를 내면 그주 주말까지 최대 9일의 휴가가 가능해. 그런데 말이야… 2044년이면 몇살? 그때까지 직장에 다닐 거야?


2044년은 너무 먼 이야기지. 사람들이 이때까지 달력을 넘겨보면서 공휴일을 찾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는 거지. 오지도 않은 연휴에 위로를 받을 정도로 힘겹다는 거지. 한국은 2013년 기준 연 노동 시간이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0개 가운데 멕시코(2237시간)를 빼고는 가장 길지. 일각에서 줄기차게 공휴일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야.


◆공휴일 경제에 영향 어떻게 주나…넛지효과는 깜짝 휴일지정에만?


공휴일을 늘리는데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어. 이들은 공휴일이 많아지면 생산조업일 수가 줄어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반론도 만만찮지. 쉬는 날이 늘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밖에서 외식을 하게 되니까 오히려 소비 진작에 효과가 크다는 거야. 문제는 이 소비 진작 효과가 조업일수 감소를 상쇄할 만큼 크냐는 건데,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관광문화 연구원은 대체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산업생산량이 13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했지만 경영자총협회는 8조5000억원이 줄어든다는 상반된 숫자를 내놨지. 일단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보자고. GDP=소비(C)+투자(I)+정부구입(G)+순수출(NX)이잖아.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조업일수 감소로 인해 생산이나 투자가 줄어드는 건 실증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데 소비진작 효과는 얼마나 늘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하긴 해. 쉬는 날에 사람들이 집에서 잠만 잘지, 아니면 여행을 떠날지는 모르는 거니깐 말이야.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을 깜짝 연휴로 정한 걸 두고선 '넛지(nudge 슬쩍 찌르다)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넛지(Nudge)는 팔로 쿡 찌른다는 뜻이야. 사람들의 행동에 은근슬쩍 변화를 유도해서 작은 유인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의미인데, 깜짝 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컸다고 평가하면서 언급된 개념이지.


이에 대해서도 공휴일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학자들이 있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깜짝 휴일이 생기면 '넛지효과'가 발생해 경제주체들이 들떠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지만 깜짝 휴일과 기존 휴일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면서 "소득이 고정된 상태에서 연도별 휴일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휴일을 예상하고 지갑을 닫을 수 있기 때문에 조업일수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지.


◆15년째 대체휴일제 하는 일본은?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 사례를 보자고. 일본엔 '해피먼데이'라는 공휴일 제도가 있어.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겨 토ㆍ일ㆍ월요일을 '3연휴'로 하는 것이지. 1998년 처음 통과된 이 법안은 2000년부터 공휴일인 성인의 날과 체육의 날을 1월과 10월 둘째주 월요일로 고정시켰어. 2003년엔 '국민의 경축일에 관한 법률 및 노인복지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의해 바다의 날과 경로의 날을 각각 7월과 9월 셋째주 월요일로 옮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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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시절이었지. 이런 조치는 수요는 적고 공급만 넘쳤던 당시의 일본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돼. 여기엔 당시 심각했던 일본의 자살도 영향을 줬지. 연 2만~3만 건에 이르는 자살사건이 월요일날 집중됐기 때문에 '해피먼데이'란 제도를 지정해 이를 완화하고자 한 거지. 게다가 연휴를 늘렸더니 처음에는 집에서 잠만 자고, 밖에서 따로 소비를 안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한해 두해 지나면서 여행도 떠나고 외식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더라는 거야.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볼 때 조업일수 감소가 생산량을 떨어뜨려 경제에 손해를 줄 수 있지만 경제주체의 건강이나 삶의 질, 만족도를 고려하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지.


어쩌면 말이지 우리는 '돈'이 부족한게 아니라 '돈을 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닐까.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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