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칼바람別曲’, 여의도엔 ‘곡소리’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대형 증권사 서울 강남지점의 A팀장은 요즘 실적 압박에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하락장세로 이 계좌마저 깡통이 됐다. 다음 선택은 대출뿐이다.
월급 3배의 수수료 수익을 내지 못하면 임금의 20%가 깎이는 만큼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라도 실적을 채울 수밖에 없다.
A팀장은 "회사 측의 무리한 압박에 편법적인 영업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6일 오전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육박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여의도 증권가 바람은 여전히 냉랭하다.
지난 8월 중국발 쇼크로 1800선이 위협받던 최악의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어둡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최대 수익원인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고, 예년과 같은 연말 랠리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기업실적 감소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불안해진 탓이다.
지수와 밀접한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를 낸 주요 증권사 9곳(대신ㆍ키움ㆍ메리츠종금ㆍ삼성ㆍ한국투자ㆍ대우ㆍNHㆍ현대ㆍ미래에셋)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1조602억원 대비 35.6% 준 수치다.
대신증권은 전 분기보다 52.8% 감소한 318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키움증권 429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718억원, 삼성증권 1017억원, 한국투자증권 1046억원 등 4개사는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각각 1026억원, 655억원에 그쳐 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은 지난 8월 이후 나타난 거래대금 감소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축소,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운용 이익 감소 등으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떨어지는 것은 여전히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거래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총액은 599조8271억원으로 2분기 639조1740억원에 비해 6.1%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4조9354억원, 3조1873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7월 기록한 하루평균 거래대금인 6조8000억원(코스피), 4조4000억원(코스닥)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확연하다.
동부증권 한 연구원은 "8월 급락장에서 투매 덕에 실적이 버틴 측면이 있었지만 9월에는 거래가 뜸해지면서 거래대금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하반기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워 3분기 증권주의 실적은 예상치보다 폭삭 내려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 측은 직원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1ㆍ2분기에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 등을 실현한 만큼 초과 실적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10대 증권사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맨 1명당 벌어들인 평균 순이익은 718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증권맨의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몸값은 한 셈이다.
문제는 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불법, 편법적인 영업과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고객 유치에 고액 계좌를 쪼개서 실적을 늘리는 편법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의 인수합병(M&A) 재료가 있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설마저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업무로드가 잔뜩 걸려 휴일에도 일하고 있지만 딱히 수당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며 "예전에는 회사 동료 간에 서로 말도 걸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말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일하는 기계가 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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