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 작가 2주기 추모 유고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출간

소설가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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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그리운 그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하찮은 일에도 슬퍼하고, 내 모습이 싫고 창피해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었던, 아아, 되돌려 재현시킬 수 없는 절대의 명제 앞에 무장해제 당한 힘없는 작가라 하더라도, 내 마음은 어느새 무성영화 옆에 홀로 앉은 초로의 변사가 되어 다시 한 번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고,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그때의 계절로 시간이 품은 기억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때 나는 행복 속에 있었다."('나는 나를 기억한다' 1권 본문 중)


소설가 고 최인호(1945~2013년)의 네 번째 유고집이 타계 2주기(9월 25일)를 앞두고 출간됐다. '영원한 청년'이라 불리는 작가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나는 나를 기억한다'다. 총 2권으로 묶인 이 책은 1권 '시간이 품은 나의 기억들'과, 2권 '시간이 품은 나의 습작들'로 구성된다. 1권이 젊은 시절에 대한 기록을 담은 최인호의 문학적 자서전이라면, 2권은 미발표 작품 모음집으로 그의 문학이 지닌 감수성의 원형을 살필 수 있는 문학사적 자료다. 여기엔 50년 전 습작 노트에 담긴 중ㆍ고등학생 시절부터 등단하기 전까지를 아우르는 미발표 원고들이 있다. 책에서 최인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노트 같은 곳에 습작을 하여 놓았다. 대학노트를 한 권 사서 그 겉표지에 '최인호 소설집'이라고 거창하게 써놓고는 닥치는 대로 그 노트에 깨알처럼 소설이랍시고 끄적끄적 적어놓았다"고 했다.

최인호 작가 네번째 유고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최인호 작가 네번째 유고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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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는 7년 전부터 이 책을 구상하고 있었다. 작가는 지난 2011년 출간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머리말에서도 얘기한대로, 그는 긴 호흡의 대하역사소설이나 종교소설에서 벗어나 현대소설로 회귀하고자 했다. 청년 문학도로서의 열정과 자세를 다시금 굳게 다잡기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5월 침샘암 판정을 받은 뒤 이 작업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작가는 세상을 떠나기 전 부탁한 책들을 내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이에따라 도서출판 여백은 최인호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학시절에 쓴 글들을 빠짐없이 모으고 육필원고를 보관 중인 부인 황정숙씨의 도움을 받아 글을 정리했다. 황 씨가 보관중인 옛 사진과 영화포스터 극장표 연극 팸플릿까지 모두 모아 책에 담았다. 출판사는 "책의 제목 역시 최인호 작가가 오스트리아의 유명 지휘자인 카를 뵘이 쓴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에서 영감을 얻어 정해 둔 것"이라며 "작가가 풀어놓는 추억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역시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거슬러 오르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저자 최인호는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해 문단에 데뷔했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술꾼', '개미의 탑' 등이 있으며, '길 없는 길', '잃어버린 왕국', '상도' 등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작고 이후 유고집으로는 '눈물'(2013년), '나의 딸의 딸'(2014년),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올해 3월)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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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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