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1958년과 2015년을 넘나든다. 영국 극작가 알렉시 캠벨은 과거와 지금을 비교ㆍ대조하며 게이 커플 필립과 올리버의 사랑이 어떻게 다르게 그려지는지 조명한다. 무대는 변하지 않는다. 전광판 속 숫자가 1958에서 2015로 바뀌고 올리버가 셔츠와 빨간색 멜빵 대신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을 뿐이다.
진정어린 대사는 관객이 1958년을 산 '게이'들의 고민과 고뇌를 이해한다. '프라이드'는 동성애의 역사를 개인의 인생으로 펼쳐놓는다.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이 등장인물의 고민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게 한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성적 소수자는 어느새 그저 똑같은 인간이 된다.
◆'베어 더 뮤지컬'=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 속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을 다룬다. 사랑을 알리고 싶어 하는 피터와 이를 막아서는 제이슨의 미묘한 대립에서 출발한다. 고백을 갈구하는 가슴앓이와 베일이 벗겨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거듭 충돌하면서 극의 갈등이 고조된다.
분명 각 작품마다 주제를 그려내는 방식과 완성도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성애 코드는 이제 하나의 흐름이다.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움직임이 뻔한 로맨스보다는 색다른 콘텐츠를 추구하는 관객 성향과 맞물린 결과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46)는 "공연은 영상매체에 비해 윤리적 기준이 좀 더 개방적이다. 영상이 다루지 못하는 금기시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소재로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준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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