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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형법 명시된 배임죄 규정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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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법원 판례도 배임죄 성립 기준 주장에 힘실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이 배임죄를 손질하기로 한 데는 현행 상법과 형법에 명시된 범죄성립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상법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없어 기업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내린 결정에도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보호해줄 장치가 없고 형법에는 배임죄를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규정해 자의적인 판단 여지가 크다.

특히 형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지적이 많다. 형법 355조 2항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돼 있는데,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손해를 끼칠 경우 처벌하는 게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형법 개정안을 준비중인 정갑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적용범위가 모호하면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재계가 그동안 배임죄에 대해 끊임없이 법개정을 요구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 총수들이 배임죄로 유죄를 받았지만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배임죄 적용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법원 판결이 법 개정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판결내용을 보면 비슷한 사례에도 유무죄가 엇갈리고 같은 사건에 대한 1심과 3심 판결도 상이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02년 대한보증보험이 부실기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 약 70억원의 손해를 입었는데, 원심은 부실회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임무위배에 해당돼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예측이 빗나갈 수 있는 원천적인 위험이 내재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며 1심을 뒤집었다.

2013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그룹 내 부실 계열사 구제를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을 동원한 사건에 대해 1심은 손해발생이 없었으므로 무죄로 결론지었지만 2심과 대법원은 유죄로 판결했다.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을 위한 행위라고 해도 손해발생 위험이 큰 만큼 계열사 자산 투자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상법에 앞서 형법 개정안 처리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상법상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미 법원에서 판례로 나오고 있어 암묵적으로 적용받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지만 형법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경영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있고 형법의 경우 전략에 따른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형법만 개정돼도 상법상 책임과 가중처벌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이 발의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저항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2013년 3월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겨우 세차례 상정됐다. 그마저도 심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배임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소홀했다는 얘기다.

정갑윤 의원은 그러나 "기업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방안은 가능한 한 해줘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면서 "배임죄 손질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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