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때문에 망쳐 버린 내 휴가, 가만 계셨어요?
-외부 변수 발생해도 일정 바뀌면 여행사 책임 져야
-사고난 경우에도 주의의무 다하지 않은 경우 여행사 책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지난 6월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떠난 정모(30)씨 부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행사 측에서 보라카이에서 스킨 스쿠버와 다이빙 등 레저 스포츠 강습을 해준다고 계약 내용에 명시해놓고는 어떤 설명도 없이 일정에서 빼버린 것.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정씨 등은 이를 여행사에 항의했다. 하지만 여행사 측은 "일정표를 참고했어야 했다"고 답하며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여름 휴가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여행 불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이하 KATA) 여행불편처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10일까지 불편 신고는 72건이었다.
이런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그저 넋두리로만 끝내지는 않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를 신고한 여행객 중 11% 가량은 여행사와 합의하지 않고 소비자분쟁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제기한다.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법원에서는 대부분 여행사에 일부 책임을 인정한다.
◆계획된 여행 일정…실제로 다르다면?=일단 여행계약이 성립되면 정치 상황 등 외부적 변수가 발생해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여행사가 일정 부분 이상 책임을 진다. 법원은 외부적 상황까지 고려해서 여행 계약을 책임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1년 이집트 시위 탓에 여행 일정이 틀어진 경우에 내린 판단이 대표적이다. 2011년 '이집트 기획' 관광을 여행사와 체결한 A씨등 관광객은 시위가 격화한 탓에 룩소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했다. 여행사가 부랴부랴 대체관광을 찾아봤지만 여행객은 큰 불편을 겪었다. 법원은 이에 "이집트의 상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여행객이)여행 출발 전 해제권을 행사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여행사)에게 지급한 여행요금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여행 계약은 입금과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아도 전화ㆍ온라인 상으로 합의를 했을 때 이미 성립된다. B 여행사가 입금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1주일 전 비행기 좌석을 확보하지 못해 여행을 보내 줄 수 없다고 소비자에게 통보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합의가 반드시 여행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거나 계약서를 작성하여야만 성립되는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여행사에 수십만원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여행 중 사고 시에는?=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관광객이 부상하거나 사망할 경우 여행사가 미리 이용객에게 안전 주의를 줬는지가 쟁점이 된다. 2010년 한 여행사가 제안한 백두산 트레킹을 가게된 C씨등은 자욱한 안개 탓에 길을 잃었다. 일부 일행은 산행과정에서 안내인과 떨어졌다. 비바람이 불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10시간 이상 걸은 탓에 C씨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됐다.
법원은 이에 "백두산에는 편의시설이나 대피시설이 없다는 사정 및 백두산의 날씨 변동 등에 대하여 사전에 여행단에 충분히 고지하여 여행단에게 합리적 대책 마련을 위한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서 "(여행사는)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어서 C씨 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여행사와 연계된 현지 여행업자의 과실로 사고가 난 경우에도 관리 여행사는 책임을 진다. 2007년 6월 이모씨 등이 캄보디아 현지 항공사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이에 "현지 항공은 항공운송업자이자 여행업자로서 피고(여행사)가 위 여행계약과 같은 기획 여행상품을 만드는데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면서 "위 여행계약에서 정한 여행업무 중 일부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현지 여행업자'에 해당한다"면서 이들의 여행을 일정을 짜고 관리한 여행사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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