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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창업실패' 수렁서 부활시키는게 나의 미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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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섭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인터뷰

소상공인 경제현실 최악, 도토리키재기식 경쟁
푼돈주는 지원보다 '살아남는 법' 부터 가르쳐야
서울신보, 신용공급 역할확대·'종합지원 플랫폼'으로


▲강진섭(58)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강진섭(58)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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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얼마 전 은평구 북가좌동의 한 자동차 정비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경기도에서도 손님이 찾아오는 소위 '대박업체'다. 성공의 비결은 단순했다. 고객들에게 수리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했다. 헌 부품을 속이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고객들에게 믿음을 줬다.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건 이같은 혁신이다."

강진섭(58ㆍ사진)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 이사장이 '혁신'을 선언했다. 1999년 설립된 서울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시내 65만명의 소기업ㆍ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신용보증을 공급해 사업자금 마련을 돕는 기관이다. 강 이사장은 신용공급 역할에 그쳤던 서울신보를 소상공인의 성공을 위한 '종합 지원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28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서울신보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현재 소상공인들의 경제현실에 대해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강 이사장은 "올해 초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기대심리는 높아졌지만 실제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쁜 편"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으면 보증 수요가 많아져 바빠지는 기관이 서울신보인데, 최근 각 지점의 상담창구에 찾아오는 소상공인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취업이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여건에서 창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은 열악하다.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다.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38%에 그칠 만큼 다산다사(多産多死)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강 이사장은 "서울 소상공인의 월평균 소득은 18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한국의 인구대비 소상공인 숫자는 미국의 10배 수준, 생계형 소상공인은 20배 수준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대부분 단순 '자금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 창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느슨하게 집행 되다보니, 손실은 커지고 소상공인의 삶 역시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서울신보에 따르면 창업보증의 경우 자금 대출 후 부실이 발생했을 때 보증기관이 원리금을 대신 갚는 대위 변제율이 17%에 이른다. 일반 소상공인 신용보증의 3~4%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강 이사장은 "이제 신용보증을 통해 1000만~2000만원을 쥐어주는 방식의 사회안전망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 지원 플랫폼' 구축이다. 단순히 신용보증을 해 주는 것을 넘어서서, 철저한 사전교육ㆍ사후컨설팅을 통해 창업을 성공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서울신보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전 창업 준비과정'을 신설한다. 맞춤형 컨설팅과 창업자금 사전확약제 등을 도입해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현행대비 2배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빅데이터 기반 골목상권 분석, 창업 10계명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예비창업자의 '준비된 창업'을 도울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한번 퇴직한 사람이 창업했다 실패하면 회생하기가 어려운 구조를 깨는 것이 서울신보의 역할"이라며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교육ㆍ컨설팅을 통해 창업시장 진입을 통제하고, 현업자들도 컨설팅을 통해 생존성을 높이거나 방향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신보는 소기업ㆍ소상공인들이 판로ㆍ자금ㆍ상품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 기반 지원플랫폼도 구축한다. 은퇴한 시니어(Senior) 세대가 가진 경험ㆍ지식을 소상공인 진흥에 활용하기 위한 가칭 '휴먼뱅크(Human Bank)'도 꾸린다. 3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서울신보 직원만으로는 충분한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가 어려운 만큼, 은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스마트 기반 플랫폼 구축에는 금융맨으로 KB국민은행에 재직할 당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ㆍ스마트 기반 금융거래)'를 주도했던 강 이사장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는 "우리가 눈만 뜨면 하루 종일 잡게 되는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매출집계, 영업관리 등을 하게 되면 소상공인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소상공인들이 앱 속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을 개인에서 그룹, 골목상권, 커뮤니티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에 공급해왔던 신용보증 사업도 확대한다. 서울신보는 서울산업진흥원(SBA)와 함께 1조원을 미래 유망기업과 기술창업기업 등에 융자할 계획이다. 이 자금 중 40%는 일자리창출기업, 미래유망기업,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보증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서울신보의 행보가 다른 서울시 산하기관, 정부의 창업지원책 등과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창고에 아무리 많은 책을 쌓아놓아도 정리돼 있지 않으면 필요한 내용을 찾기 어렵듯,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단발성 지원책보다 필요한 정책ㆍ정보를 백화점 처럼 마련하는 플랫폼"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업무)조정과 함께 조례 개정 등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이사장은 "서울시와 서울신보가 역할을 서로 맞교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의 처절한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서울신보가 앞장서 서울시의 정책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담=소민호 사회부장 smh@
정리=ㆍ김봉수 사회부차장ㆍ유제훈 기자 bskim@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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