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재 R&D 지구 조성관련 양재 양곡도매시장 이전 검토…상인들 '반대'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양재R&D 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양곡도매시장 개발과 관련한 용역을 발주했다. 양곡도매시장은 시내 곳곳을 전전하다가 지난 1988년 이곳에 뿌리를 내렸고 한때 서울시내 미곡거래량의 60%를 담당할 정도로 성세를 누렸다. 하지만 전국에 들어선 미곡종합처리장(RPCㆍRice processing complex)이 직거래에 나서고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등을 통해 양곡을 구입하는 것이 보편화 되면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양재IC와 삼성연구단지 등 각종 R&D시설이 가까워 사업성이 높은 이 땅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고 대신 도매시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려는 것이다. 도매시장 이전 대상지로는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상인들이 입주해 있기는 하나 시장면적이 3만1000㎡에 달해 비교적 면적이 넓은데다, 시유지인 만큼 이전에 필요한 각종 절차ㆍ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 도매상들은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기존 상권 붕괴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도매시장이 갖는 고유한 '공적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박영진 양재양곡중ㆍ도매업협회 사무국장은 "양곡시장은 전시 양곡비축기능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마련된 곳이며 시민들의 양곡공급을 책임지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마포로 이전할 경우 공간이 협소해 비축기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는 양곡시장의 공적기능이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된 만큼 큰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충무계획에 따라 시내 각지에 1~3일 분의 식량을 준비해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 이전이) 비축량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곡시장에서 판매되는 미곡의 62%는 수입산"이라며 "대부분의 쌀 소비는 RPC나 대형마트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공적기능이 크게 훼손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전 검토에 앞서 무엇보다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박 사무국장은 "수입쌀 판매비율이 높다고는 하나 이는 상인들이 수입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관세유지를 위해 의무구입하는 물량일 뿐"이라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상인들에게 떠 넘길 것이 아니라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양곡시장 이전은 검토단계이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시 농수산식품공사가 가까운 시일 내 이전 후 활성화 등에 대한 용역을 실시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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