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소'한 사례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행시 23회)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행시 23회). 김 전 위원장은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영입됐고 권 전 금감원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비상근 고문에 선임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권 전 원장은 3월 각각 취업 제한이 풀렸다.
김 사장만큼은 아니지만 불운한 운명이 또 있다. 당사자는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주변의 평이 그렇다. 임종룡 금융위원장(행시 24회). 재정경제부 근무를 함께 했던 지인의 말이다. "농협 회장을 하다가 금융위로 가는 것은 손해지. 농협 회장 끝나면 여기저기서 데려갈 텐데, 돈도 많이 받고. 금융위원장은 길어봐야 박 정권과 함께 하는 것 아니겠어. 그리고 물러나면 3년간 발이 묶이고. 능력이 아깝지."
'아깝다'는 임 위원장의 궤적은 화려하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 실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까지 노른자를 다 거쳤다. 여기에 농협회장까지 지내면서 정책과 실무를 두루 갖춘,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인은 덧붙인다. "미국이었으면 금융위원장을 하다가 현장(금융사)으로 돌아갈 수 있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퇴임 후 씨티그룹 고문으로 간 것처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지."
달라진 세태, 퇴직 공무원들은 격세지감을 절감한다. 2년, 아니 3년 만기 출소를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오히려 이런 변화에 둔감한 것은 ‘현직’이라고 재무부 선배들은 꼬집는다. “갑 중의 갑, 금융당국은 여전히 뻣뻣하고 거들먹거리고 불친절해” "현직에 재무부 출신이 없어서 금융 정책이 약해. 그래서 규제만 하려 들자너."
그러고 보면 공직자 취업 제한은 퇴직자만 겨냥하지 않는다. 현직 공무원들의 갑질에 대한 경고다. 올바른 공직에 대한 사회적 요구다. 취업 제한을 감내하면서 공직으로 돌아온 임종룡 위원장이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우리(금융당국)가 갖추어야 하는 권위는 법령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전문성과 폭넓은 시야"라는 취임 일성이 후배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오랜 적폐를 거둬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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