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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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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왔고, 4월이 됐고, 1년 만에 다시 '그날'이 왔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다 내주고라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날, 4월16일이 왔다.

'대한민국의 심장'이 멈춰버렸던 작년 오늘 아침의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1년간은 눈물과 비탄과 참회의 시간이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묻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이들에게 이 나라는 과연 살만한 곳인가, 우리의 삶의 방식은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 답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1년 우리는 그 답을 얻었는가. 누구보다 '세월호의 아이들' 앞에 그 답을 내놓고 있는가.
그 답은 무엇보다 아직도 눈물이 멎지 않는 이들의 슬픔을 보는 것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왜 눈물은 멈추지 않는가. 왜 희생자 가족들은 거리와 광장에서 단식하고 삭발을 하고 있는가. 왜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상주(喪主)가 돼 그 슬픔과 분노를 함께하고 있는가. 그것은 사고에 대한 분노가 아니며, 자식의 죽음에의 분노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의 실패가 아니라 반성의 결여에 대한 분노이며, 누구보다 깊이 뉘우쳐야 할 이들이 오히려 매질을 하려는 것에 대한 분노이며, 가족을 잃은 이를 오히려 죄인으로 몰아가는 흉포한 사회에 대한 분노다.

오늘 우리는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내려 하지만 그러나 그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온 마음을 다한 어떤 말로도 가족들의 비탄을 진정으로 위로할 순 없다. 다만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의무를 다하려 할 뿐이다. 인간으로서의 최선,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의무를 다하려 안간힘을 쓸 뿐이다. 무엇보다 철저히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그 출발이다. 그것 없이는 억만금의 보상금이라도 모욕일 뿐이다. 진실의 규명과 함께 하는 진정한 참회, 그것이 희생자들 혼령 앞에 바치는 최소한의 해원(解寃)의 제물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순정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때 그 눈물은 우리를 구원하고 정화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의 가여운 넋은 최소한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의 정령은 아침의 이슬로, 햇살로, 바람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럴 때 대한민국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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