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흘째 참석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금품 수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은 물론 이 총리의 발언 일부가 사실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16일부터 중남미 순방에 나서는 만큼 이 총리마저 당장 사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다. 특히 이 총리가 "메모나 일방적 주장만으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며 사퇴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떨어졌고, 오는 29일 치러질 재보궐선거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사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언제 사퇴를 하든 당분간은 '식물총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총리 잔혹사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부터 시작됐다. 김 후보자는 헌재소장 퇴임 5일만에 법무법인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특혜 논란과 함께 자신과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으면서 중도에 자진사퇴했다.
정 전 총리의 후임 인선작업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며 중도 사퇴했고, 이어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인식 논란이 확산되면서 후보자직을 내려놓았다. 그 사이 정 전 총리는 두 번이나 짐을 쌌다가 풀면서 올해 2월까지 총리직을 맡아야 했다.
이 총리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에 이어 언론 외압 논란까지 번지면서 어렵사리 임명장을 받았다. 당시 야당은 이 총리의 낙마를 고집하다 충청권의 민심이반 등을 우려해 표결 처리에 응했다. 이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공직기강 강화와 부패 척결을 주도했고 공공기관 개혁, 복지예산 현실화 등 총리의 행보도 급속도로 넓혀갔다. 하지만 부패 척결 대상 1호였던 성 전 회장에 겨눈 칼날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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