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밖에만 나가면 죽쑤는 까닭
해외진출 부르짖는 국내 금융지주, 세계 순위는 60위권
은행업은 허가·인가받는 규제산업…현지사무소, 법인전환 등 쉽지 않아
금융공기업 동반진출·외교력 동원…해외 금융 진입, 높은 장벽 깨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조은임 기자]"양적ㆍ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성과는 낮고 국제 경쟁력은 높지 않다." <2015년 3월17일 취임 기자간담회 임종룡 위원장 발언>
"은행업은 당국의 라이선스를 받는 규제산업이다. 대주주자격 심사 결과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2015년 4월9일 인도네시아 BME 인수 관련 대주주자격심사 후 조용병 신한은행장 인터뷰>
1997년 944조원이었던 금융자산은 지난해 9월말 3575조원으로 늘었지만 국내 금융지주 세계 순위는 KB금융 68위, 신한 69위다. 산업분야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분야별 세계 1, 5위로 성장한 것과 비교할 때 초라한 성적표다.
1% 초저금리 시대 국내은행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저성장 고착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영토 확장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교민 상대 영업이 현지 진출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목표도 커졌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에 맞게 사무소 형태의 영업점을 지점ㆍ법인 형태로 확대하려는 순간 높은 장벽과 맞닥뜨렸다. 금융이 금융당국의 인가ㆍ규제를 받는 산업이라는 특수성의 벽을 실감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KB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IBK기업은행이 동시에 쓴잔을 맛본 미얀마 사례다. 지난해 총 9곳의 국외 은행에 지점 설립 허가를 내준 미얀마는 일본계 3곳, 싱가포르 2곳 등 총 9개 은행에 허가를 내줬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한국계 몫으로 1~2곳 정도는 할당해 줄 것이라는 업계 추측은 빗나갔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까지 나선 금융당국도 체면을 구겼다. 세 은행은 여전히 사무소 형태로 미얀마에 남아 있다.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실패도 해외진출 실패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2008년 9000억원 가량 투자했지만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전액손실, 강정원 전 행장은 당국에서 문책 경고까지 받았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외교력 ▲금융공기업과의 동반진출을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성공 관건으로 꼽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금융당국이) 금융외교력을 발휘해 현지 진입장벽 및 영업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은행과 금융공기업이 서로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해외진출 전략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며 "동반진출 전략은 특히 저개발국과 같이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시장 진출 시 주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은행의 인력ㆍ전략ㆍ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사업 위주의 조직을 글로벌 사업 위주로 개편, 해외사업 추진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구 연구위원은 "현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최고경영자의 해외진출 비전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단기성과 위주, 일률적인 평가방식에서 탈피해 현지 상황을 반영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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