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태일 어머니 故이소선 국가배상 거부
원심 일부승소 판결 파기환송…국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고(故) 이소선 여사가 청계피복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불법구금된 것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소영)는 이 여사와 임모씨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여사는 2011년 9월3일 세상을 떠났고, 이 여사 유족들이 소송을 승계했다.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이 여사와 임씨 등은 청계피복 노동조합을 결성해 노동교실 등을 열었다. 1981년 당시 서울시장은 청계피복 노조 해산을 명령했고, 경찰은 노조 사무실을 강제 폐쇄했다.
이 여사 등은 강제 폐쇄에 항의농성을 벌였지만 경찰은 구속영장도 없이 구속했다. 이 여사 등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강제폐쇄, 노조강제해산, 피해자들의 불법구금에 관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여사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0년 6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여사 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 쟁점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받았을 경우 다른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없는지와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다. 국가는 생활지원금을 받았으므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주장했고, 소멸시효 역시 지났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이 여사 손을 들어줘 원고에게 500만~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국가기관 개입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불법구금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하여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수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신청해 (이 여사가 2800여만원을 받는 등) 생활지원금을 모두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재판상 화해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것이므로 지원금수령자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