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혁모델' 따라하기보다 中企·비정규직 살리는 정책펴야
[노동시장 구조개혁, 시간이 없다]⑤남은 과제는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노사정 대타협은 저성장ㆍ이중구조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부활을 향한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노사정은 우선 3월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3대 현안(통상임금ㆍ근로시간 단축ㆍ임금체계 개편), 사회안전망 정비 등 우선과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못 박은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임금피크제, 채용해고 요건 등 주요 논의사항의 접점과 쟁점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또 이번 대타협이 고용의 기적을 일으킨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사회적 대타협이 되기 위한 필요한 사항 등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바세나르, 독일 하르츠 개혁 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충분한 상태에서 대타협을 이룬 네덜란드, 독일의 사례를 우리나라의 그대로 접목시켜서는 안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과 자본 간 세력균형을 위해 정부가 경제사회약자층의 입장을 좀 더 대변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노사정에 따르면 대타협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은 대원칙을 담은 노사 공동선언문에 78개 항에 달하는 가이드라인ㆍ공동의견ㆍ권고를 수록하고 있다. 이후 1993년 신노선 협약, 1995년 유연안정성 노사합의 등 최근에 이르기까지 바세나르 협약을 기반으로 한 합의는 네덜란드의 고용률을 1980년대 54.5%에서 2000년 72.1%까지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네덜란드 사례와 우리나라 간 차이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위기의 원인이 어디인가'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오랜 국가주도형 발전정책에 따른 복지 부재, 대기업그룹 중심의 성장주의, 이로 인한 이중구조 등이 꼽힌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복지 비효율과 정부 적자가 문제화된 네덜란드와는 상황 자체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대타협을 이룬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사회협약을 위한 역사적ㆍ문화적 경험이 부족하고, 사회양극화가 심하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앞서 외환위기 직후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국회에서 자의적으로 수정되고 정책적으로 실행되지 않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노사교섭체계, 경제환경, 문화 등이 전혀 다른 해외의 성공모델을 우리나라에 억지로 맞춰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살리는 사회적 책임에 입각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경제사회약자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회적 대화의 중요주체로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 추진력도 필요한 요소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대타협을 이룬 국가들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정부의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 추진력"이라며 "경제사회 양극화가 한국의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만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살리는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대타협의 전제조건을 세력균형과 대표성, 신뢰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 세가지 모두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위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노사정 대타협을 정치적 수로 활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가 선거가 없는 사실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놓치면 논의 과정에서 갈등양상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은 이중구조와 격차의 축소이지 임금, 근로시간, 정년연장 등 제한된 측면에 매몰되선 안된다"며 "3월 이후 노사정위를 떠나 어떻게 구조개선이 진행될 지 '플랜B'가 아닌 '포스트 스프링 플랜'이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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