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선호 강한 강남지역 주민들
연한규제 2년 줄면서 '선회론' 목소리
아파트 리모델링사업 답보상태 빠져

강남 개포동 대치2단지 아파트 전경.

강남 개포동 대치2단지 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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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리모델링보다는 여전히 재건축을 더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죠."


황갑성 반포 미도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의 얘기는 서울 강남의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최근 안전진단 착수 등 사업에 속도가 붙고있는 분당과 달리 강남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해 연한 단축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 발표 이후 사업 추진에 혼선을 겪으면서 많은 단지에서 사업 진행이 정체된 상태다.

황 위원장은 "재건축 연한이 2년 짧아졌지만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3~5년이 또 걸린다"며 "지난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무조건 재건축이 좋다고 믿는 주민들을 겨우 설득해 사업이 좀 진행되나 했더니 하반기 들어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선 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1987년 지어진 반포동 미도아파트는 1260가구 규모로 단일평형이어서 사업 추진이 순조로운 듯했다. 그러나 9ㆍ1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9년에서 2017년으로 2년 앞당겨지면서 주민들이 동요해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황 추진위원장은 "상황을 봐가면서 조만간 주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조합 설립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한 대치2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후 사업 추진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역시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9ㆍ1 대책 발표 이후 주민들의 '재건축 선회'론이 고개를 들면서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조합장(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공동대표)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행정 때문에 6년간 주민들을 설득하며 공들여온 리모델링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조합장은 "재건축은 지금 추진하더라도 10년은 내다봐야 하는 데다 공사비에 기부채납 등을 따졌을 때 수익성이 거의 없다"면서 "주민들에게 리모델링의 사업성에 대해 다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치2단지는 현재 주민 설득과 함께 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다.


강남 최초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주목을 받았던 개포 대청아파트에서도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조합에 연대보증을 요구했으나 조합 측 이사와 감사가 반대 의사를 비치고 사퇴했다"며 "재건축이 다시 탄력을 받고 리모델링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연대보증 이야기가 나오니 발을 빼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리모델링 특성상 재건축에 비해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사업을 위해 분담금까지 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강남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계속 제동이 걸리는 것에 대해 강남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반포동 인근 W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은 전통적으로 재건축 강세 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재건축 선호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대개 용적률이 낮고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은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유리한데 이런 단지들이 강남에 몰려있기 때문에 계속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추진이 더뎌 주택시장은 침체상태다. 개포동 D 중개업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하는 단지들마다 현재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라며 "대청아파트 56㎡ 시세는 4억3000만원 선이고 85㎡는 6억3000만원인데, 지난해 초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호재로 한 번 오른 이후 멈췄다"고 설명했다. "대치2단지 역시 전용 49㎡ 기준으로 5억원대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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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인근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거의 없고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간간이 이루어지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재건축 관련 문의가 많이 늘어나고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대치2단지는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 3월 안전진단신청을 위한 주민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대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청아파트 역시 비대위 활동과는 별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철진 대청아파트 리모델링조합장은 "비대위는 주민들의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이 리모델링 추진에 동의한 상태"라며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약간의 혼란은 있었으나 현재 포스코건설과 계약서를 심의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업은 예정대로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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