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정부 들어 '첫 정치인 국무총리 만들기'에 여야가 모처럼 합심했다. 다음 달 9~10일 실시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간 '통과'를 전제로 한 공감대가 형성돼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새정치민주연합은 2·8 전당대회 이후 청문회 실시를 각각 협상 카드로 제시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됐다.

사건을 간략히 재구성하면 이렇다. 이번 주 월요일인 26일 오후 국회사무처에는 '총리 이완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가 도착했다. 이 총리 후보자보다 이틀 앞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제청이 있었던 터라 국회에서는 박 대법관 후보자의 서류가 먼저 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회에는 인사청문요청서 원본과 사본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 총리 후보자의 서류를 살펴보니 원본만 있었다고 한다. 서류 제출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20여분 뒤 이 총리 후보자보다 먼저 내정됐던 박 대법관 후보자의 서류도 도착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왼쪽)가 26일 국회를 찾아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왼쪽)가 26일 국회를 찾아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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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후보자 측은 무엇이 급했을까. 답은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 있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열 때 국회는 한시적 특위를 구성한다.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번에는 여당이 맡을 차례였다. 박 대법관 후보자 서류가 먼저 왔다면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야당 몫이 되는 상황이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 총리 후보자가 우윤근 원내대표를 예방한 비공개 자리에서 '어차피 통과될 거 쉽게 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며 "겉으로는 송곳 검증 운운하지만 당내에서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미 통과됐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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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7일 열린 양당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특위 위원장 자리는 추가 협상 없이 여당에 주되 야당은 인사청문회 시기를 전대 이후로 늦출 것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여당은 특위 위원장을 원하는 대로 가져갔고 야당은 시기를 늦춘 것이 이번 협상의 큰 틀"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급으로 전락한 것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총리란 표면적 이유 외에도 여당은 '문창극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고 야당은 이 총리 후보자가 충청 출신인 탓에 충청권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뒷이야기가 나온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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