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노동자까지 'DNA채취'
DNA법 제정 5년
수사당국 5년동안 12만여건 수집…단순절도범 등 겅범죄자가 절반 넘어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사건의 발생이 증가하고 수법도 연쇄범죄화, 흉포화, 지능화 경향을 띠고 있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제정된 'DNA 신원확인정보 이용 및 보호법'(이하 DNA법)이 이달로 입법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수사당국이 중범죄자가 아닌 사람의 DNA도 무분별하게 채취한 뒤 이를 삭제하지 않는 등 본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수사당국이 수집한 DNA 정보는 방대하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실의 조사결과, 지난 5년간 (2010~2014.8) 수사당국은 12만597건(이 중 검찰채취 8만873건)의 DNA를 수집했다.
DNA법은 살인과 강도, 강간, 폭력 등 11개 범죄를 범할 경우 DNA 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DNA는 당초 목적에 따라 강력범에 대해서만 채취할 수 있다. 그러나 5년간 검찰의 DNA수집 자료를 들여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DNA가 채취된 범죄자 중 주거침입, 재물손괴 범죄 등 경범죄자가 주를 이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자가 전체 채취자의 43%를 차지했다. 이 중에는 단순 집회ㆍ시위 참여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단순 절도범까지 포함하면 DNA가 채취된 경범죄자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이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수집의 광범위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위헌 의견을 낸 네 명의 재판관들은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으로 인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경미하고 재범의 위험성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범위험성은 특정 범죄전력만 가지고 도식적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수집한 DNA의 사후 관리도 부실하다. 당국은 이를 쌓아둘 뿐 제대로 삭제하지 않고 있다. DNA법은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 죄명변경, 무죄, 공소기각결정ㆍ판결, 사망사유 등이 발생한 경우 채취한 DNA를 지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2014년 8월까지) DNA 삭제는 채취 대비 2.03%로 극히 낮았다. 게다가 2012년 806건, 2013년에는 55건, 2014년(8월까지)23건에 불과해 해가 갈수록 삭제 건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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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은 "경범죄자의 경우 DNA 수집 시 본인의 동의를 거친다"고 반박하지만 사실상 이 경우에도 강제성이 크다. 검찰은 본인의 동의서를 받아 전체 채취자 99.6%의 DNA수집을 했지만 이를 거부해도 된다는 점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집회과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종숙 전 학습지노조위원장 등 네 명이 받은 'DNA 채취 안내문'에 따르면 검찰은 DNA 채취를 요구하면서 "지속적인 채취 거부 시에는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만 밝힐 뿐 '거부가 가능하다'거나 '이 정보가 어떻게 활용된다'는 안내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점에 대해 "DNA 시료채취가 갖는 의미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에 관한 규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시정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신훈민 변호사는 "강력범죄자 관리라는 입법취지를 벗어난 채 법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합헌 결정을 낸 헌재도 DNA를 범죄의 경중 없이 보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만큼 입법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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