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은 왜 이승기를 좋아할까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이승기와 만나면 빛이 난다?' 1인극이 아닌 이상, 앙상블이 중요한 연기에서 상대역의 중요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감성적으로 예민한 여배우들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이런 여배우들이 훌륭한 상대역으로 꼽는 이는 바로 가수 겸 배우 이승기다.
이승기는 지난 2009년 '찬란한 유산'에서 한효주와 찰떡 궁합을 보이며 시청률 사냥에 성공했고, 2010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신민아의 사랑스런 매력을 극대화시키며 그녀에게 배우로서 제2막을 열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구가의 서'를 통해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연기자로서 확실히 안착한 건 상대역인 그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배려심이 큰 몫을 했다는 평이 있었다.
이승기의 '여배우 받침 능력'은 첫 스크린 주연작 '오늘의 연애'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 영화는 100일도 못 가 항상 여자친구에게 차이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 분)와 미녀 기상 캐스터 현우(문채원 분)의 속 터지는 '썸' 이야기를 그렸다.
이승기가 연기한 강준수는 18년 동안 한 여자를 좋아한 순정남이다. 그의 짝사랑녀 김현우는 단아한 미모를 지닌 기상캐스터지만, 이름처럼 성격은 남자답고 터프하다. 입만 열면 욕설에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것은 물론, 직장 유부남 상사를 사랑하는 대책 없는 여자다. 준수는 그런 현우가 혹여 다칠세라 옆에서 지켜보고 아껴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문채원과 이승기의 완벽한 호흡이 빛난다. 끊임없이 툭탁거리지만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설렘을 전달한다. 매번 차이는 찌질남으로 변신한 이승기는 이 시대에 보기 힘든 순애보를 과시하며 적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상대역인 문채원의 화끈한 변화도 눈길을 끈다. 청순가련한 미모를 자랑하면서도 술 취해 엉엉 울며 주사를 부리고,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괴로워하며, 집에 있을 땐 코를 곯고 대(大)자로 누워 잠을 자는 귀여운 4차원 매력을 뽐냈다. 어리바리하고 어설픈 '허당'으로 분한 이승기는 끝없이 문채원을 받쳐주며 그가 스크린에서 자유롭게 뛰놀게 했다.
이승기는 지난 14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현장에서 여자배우가 편하게 마음껏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건 남배우의 몫이다.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내 딴에는 많이 재밌게 얘기하고 부담을 안 주려 한다"며 "물론 나도 빛나고 싶고 내가 잘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어쨌든 둘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배우가 빛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를 할 때는 서로 앙상블이 중요하다. 여배우가 다른 배우들과 할 때 안 보인 매력이 나와 함께 할 때 보인다면, 그 또한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승기에 대해 "현장에서 상대 여배우의 기분을 잘 맞춰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표현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간혹 여배우가 기분이 상하면 현장이 힘들어지기도 하는데, 이승기가 분위기를 잘 만들어준다. 많은 스태프들도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배우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승기와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오늘의 연애'는 13만374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시사회 관객을 포함한 누적 관객수는 14만1429명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