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노출, 관음, 조작, 트릭의 욕망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온라인에서는 날마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얼짱 찾기'가 벌어진다. 일반인들도 포토샵 등을 통해 '더 예쁜 나'를 보여주기에도 열심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신인류'(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가 정의한 용어)는 책과 사색을 놓은 대신 자신을 다중에 전시하며 온갖 욕망을 소비하는 데 열중한다. 작년 한 해 우리 문화시장에서 가장 열광적인 소비 형태 중 하나가 '셀카'다. 이는 온라인 소통 방식이 말하기에서 '보여주기'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보여주기는 포토샵 등을 통한 조작 혹은 트릭을 낳고, 심지어는 '성형'을 부추긴다. 제품 소비에 있어서도 소유 목적이 아니라 경험과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셀카족', '성형족', '쇼루밍족', '직구족' 등 온라인에는 다양한 '신 종족'이 등장하고 있다.


◇ 셀카족 = 인스타그램 등 사진 공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사진공유 프로그램은 다양한 디지털 필터 기능을 지닌 SNS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시작된 사진 공유에 대한 관심은 스타를 추종하는 팬들을 넘어 일반인에게까지 확산됐다. 모바일 이용자들도 글자로 소통하던 것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 특정 사물, 자신의 패션 등을 촬영, 사진 상태로 지인과 공유하느라 분주하다. 이런 공유 프로그램에서는 사진을 찍자마자 이미지가 웹과 폰에 저장되고 이어 서버에 업로드돼 트워터처럼 사용자 팔로어들에게 사진을 바로 보여줄 수 있다. 이에 SNS 소비가 사진 중심으로 변했다.

SNS에서는 날마다 포토제닉 선발대회가 열린다. 또한 수천 개가 넘는 사진촬영 관련 카페에는 '잘 찍고 잘 찍히는' 정보로 넘친다. 잘 찍고 잘 찍혀 잘 보여주기 경쟁은 수많은 트릭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이미지 화장' 프로그램이 있어 가공한 사진을 올릴 수 있고 얼굴의 잡티를 제거하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 턱 선을 깎고 콧대를 높이는 등 성형수술 못지않은 '조작'도 가능하다. 또한 가보지 않은 곳을 배경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른 바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셀카'(셀프카메라의 준말)이다.


예전에는 증명사진 같은 프로필 사진이나 PC캠(컴퓨터 화상 채팅용 카메라)에 잘 찍히는 방법이 위주였지만 지금은 셀프 촬영 방법도 다양하다. 예컨데 '45∼15도' 촬영법 등이 그렇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을 전시함으로써 관심을 끌려는 욕망이 있으며 자신을 보여주려고 집착하는 태도는 결국 자기 소외에 대한 반증"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집단노출증, 혹은 다른 이의 삶을 관음하는 풍조는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잘 찍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노출과 관음이라는 코드가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흐르고, 조작, 트릭은 일상화돼 있다. 이는 곧 실질적인 성형, 외모가꾸기로 이어진다.

◇ 성형족 = 조작, 트릭으로 만족할 수 없는 SNS 이용자들이 좀더 잘 보이기 위해 대거 성형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형공화국이라고해도 틀리지 않는다. 물론 성형에는 다른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는 하나 '보여주기'라는 SNS 시대의 사회 관습을 무시할 수 없다. 실상 성형은 타인의 관음 욕구에 부응하는 것을 자기 만족으로 삼는다. 결국 SNS 상의 소통법인 조작, 트릭이 현실화된 방식이다. 현재 성형 수요는 갈수록 증가 추세다. 한국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총 15개 신체 부위, 134가지 수술 및 시술이 이뤄진다. 가장 많은 부위는 눈이며 코, 턱, 가슴 및 체형 순으로 많다. 즉 의료 행위로서의 성형이기보다는 외모 관리가 대부분이다. 성형 건수는 1만명 당 131명 수준으로 세계 1위다.


부작용과 피해도 심각하다. 작년 초 한 여고생은 눈과 코 수술 도중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재작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상담건수는 총 4806건으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여기에 코뽕, 쌍꺼풀 안경, 얼굴축소기 등 수술 없이도 성형효과를 내는 다양한 셀프 기구들이 선풍적인 인기다.


김용섭 문화평론가는 "소셜 미디어에서 트릭으로 만들어진 '나'가 진짜 '나'를 대체하면서 멋지게 변신,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성형 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처럼 가면을 쓴 풍조는 선택적 고립과 일시적 단절의 의미"라고 진단한다. 이어 "셀카는 외모지상주의라는 문화적 성향을 부추긴 원인으로 결국 차별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한다.


◇ 쇼루밍족 = 최근 제품 소비에 있어서도 '쇼루밍(showrooming)족'이 등장, 유통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쇼루밍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만져보고 제품을 확인한 후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비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다.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할 때 추천 숫자, 사용 후기 등을 면밀히 살펴본 다음 결정하는 등 합리적이며 꼼꼼한 소비를 하는 이들이지만 지나치면 강박적 소비가 될 수 있다. 가령 시장에서 각종 제품을 주물럭대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던져버린다든가 하는 행태다. 제품설명서 없는 물건은 도통 구입하려하지 않는 '증거중독'도 쇼루밍족의 특징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하거나 여기저기 기웃댄 다음 구매하는 행위를 '햄릿증후군'이라고 명명한다.


강박적 쇼루밍족은 오히려 모바일로 인해 결정장애를 겪게 된다. "이 제품을 값싸게 제대로 구입한 걸까 ?"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쇼룸을 확인하고, 제품설명서와 온갖 비교하면서도 결국 물건 선택과 구입을 인터넷에 의존하는 외주화, 즉 '아웃초이싱'에 빠져 있는 셈이다.


물건을 살 때만이 아니라 외식장소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할 때 검색 중독으로 제대로 식사를 못하기도 한다. 약속 장소 인근의 식당들을 검색하고, 각종 정보와 가격, 식당 분위기 등을 비교ㆍ분석하고도 수 없이 망설인다. 그러다가는 모바일을 통해 또다른 메뉴와 식당을 또 찾아본다. 식당에 앉아 와인을 신청해서는 다시 인터넷을 검색, 여러 제품과 비교하고, 가격 등을 점검한다. 늘상 '내 선택이 옳았나'라는 의심을 갖고 아예 와인 가이드북을 들고 향과 도수, 맛 등 세분화된 데이터를 찾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류다. 합리적인 소비를 넘어 자기 결정력을 잃어버리고 다른 이들의 경험과 정보에 의존하는 '결정 장애' 증상을 보인다.


◇ 해외 직구족 = 쇼루밍족이 '경험 구매'를 추구하는 부류라면 '해외직구족'은 '유희 구매'를 하는 이들이다. 작년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박싱데이'에 한국 SNS 이용자의 상당수가 '해외 직구'(해외 직접 구매)에 대거 나섰다. 연말 쇼핑 시즌에 해외 유통업체들이 최대 60∼80% 할인행사를 여는 날로 한국 소비자들도 덩달아 잔칫판에 끼었다. 아마존, 길트, 삭스오프피프스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박싱데이 세일에 돌입, 값싼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경험한 이들이 대거 해외 직구에 나서고 있다. 바로 해외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이들을 '직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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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배송 대행업체인 몰테일의 경우 해외직구족 증가로 작년 누적 가입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해외직구 시 물건을 받아 한국으로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는 몰테일은 지난해에만 34만여명이 새로 가입했다. 접수 배송 대행 신청 건수도 재작년의 1.5배인 164만건까지 늘었다. 직구족이 언제, 어디서나 소비에 대한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 이런 행위를 일종의 유희로 해석한다. 김난도 교수는 "복잡한 구매 절차를 하나의 유희로 인식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남이 소유하기 힘든 물건을 자신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는 희열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김 교수는 "작년 해외직구 활성화 등을 감안해 볼 때 소비자의 구매가 '소유' 위주에서 '경험ㆍ유희 구매'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마트폰 등 정보화기기를 사용한다고 결코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저 손가락만 튕기면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욕망을 소비할 수 있다. '생얼'이 아닌 가공된 얼굴을 전시하려거나 경험과 유희를 구매하는 소비 행위는 SNS에 중독된 사회상의 한 단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도취에서 벗어나 분명한 자기 정체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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