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변론은 권리다" 서민 지킨 길 위의 변호사들
故 조영래 등 공익위한 법률가 줄이어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물난리로 집을 잃은 수재민, 연탄공장 옆에 살다 진폐증에 걸린 시민, 교통사고로 직장을 잃은 전화교환원….
'전태일 평전'을 쓰고 '부천 경찰서 성고문'사건을 변호한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고객' 명단이다. 15년 전 사법연수원생들은 그를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 1위'로 꼽았다. 이들은 '대중의 작은권리라도 회복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이유를 댔다. 그만큼 '서민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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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서민 변론'에 대한 관심은 미약한 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는 "변호사 직업의 전문화, 국제화가 각광을 받으며 생긴 일이다"고지적했다. 2013년 법률전문지 '법률신문' 설문에 따르면 최근 법조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제변호사나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이 '존경하는 변호사'의 수위권을 차지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박모(26)씨도 "서민을 위한 변론을 하고 싶다는 법조인 지망생은 꽤 되지만 막상 변호사가 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지역 소재 한 부장판사도 "젊은 변호사들이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민 변론' 부재는 시민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정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변협에 따르면 전국 시ㆍ군 158곳 중 70곳가량이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으로 남아 있다. 사법피해자 김모(45)씨는 "억울한 일로 재산에 대해 민사상 강제집행을 당했는데 법무사를 만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 협회가 '무변촌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마을 변호사 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이에 참여한 변호사 중 절반이 넘는 212명이 서울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이 제도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제도는 좋은 취지지만 희생정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민 변론'을 하는 변호사들은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유재도 변호사는 충남 청양의 시골의 읍사무소에 나가서 무료 법률지원을 한다. 그는 "폭설로 인해 나무가 부러저 나간 할아버지의 손해배상 청구를 상담해준 것이 기억난다"면서 "고령인 분들이 많아 되도록이면 많이 만나려 한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점이 힘들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올 때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상근하는 변호사가 있는 공익단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염형국 변호사(공익 법무법인 '공감')의 말처럼 조영래 변호사의 뒤를 이으려는 이들이 최근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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