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식탐을 자랑하고, 서로 지켜보는 걸 즐기며 욕망의 해방을 부추기는 기현상은 이제껏 유례없는 일이다. 본래 우리 문화는 남들이 밥 먹는 것을 지켜 보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먹방 전문 채널마저 생겨나 인기를 끈다. 먹방을 틀어놓고 밥을 먹는 이도 많다. 먹방을 보며 밥을 먹을 때 더욱 즐겁고 맛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해가 되는 말이다. 실제로 TV에서 술 먹는 장면이 나오면 맥주가 당기지 않는가.
요즘 유행하는 소셜다이닝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식사를 이겨보고자 하는 이런 행사 역시 슬픈 얘기다. 인터넷에서는 소셜다이닝 행사에 다녀왔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 온다.
예전에는 낯선 이들과의 밥 한 끼라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행사가 일상의 활력을 주는, 즐거운 이벤트다. 가족들이라도 식탁을 마주 하기 어렵다 보니 정작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식탁만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처럼 느껴지기 일쑤다. 가족조차 함께 밥 먹기가 어려워진 세상에서 낯선 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게 매우 소중할 수 있다.
실상 먹방은 다이어트와 외모지상주의, 경쟁, 1인가구의 증가, 소외와 단절 등 우리 사회 모순의 변증적인 반작용이다. 사람들은 미모가 뛰어난 이들이 사회생활에 유리하고 기회가 더 많다고 인식한다. 그런 이유로 경쟁에 이기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하는 등 외모 가꾸기에 혈안이다.
또한 다이어트에 빠진 사람들은 비만을 경멸한다. 그래서 먹고 살찌우게 하는 지방질을 기피한다. 여기에는 일종의 죄의식이 작동한다. 그 죄의식은 먹으면서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 과식에 대한 부담감으로 표현된다. 이 또한 '취업성형'처럼 과도한 경쟁이 빚은, 슬프고도 안쓰러운 현상이다. 먹방 소비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 사회 분화 등이 낳은 외로움과 허전함, 결핍이 작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먹방에 대한 과잉, 과소비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미약하다. 식욕은 원초적인 욕구다. 이에 즐겁고 행복한 밥, 생명을 이어주는 밥, 세상의 루저들과도 나눌 수 있는 밥은 어떤 밥일까 다시금 자문해 본다. 나아가 올해는 사려 깊은 방송, 세상에 편승하고 영합하지 않는 방송을 기대한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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