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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KB재건과 도로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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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도로아미타불'. 이루려고 하는 일을 위해 애를 썼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을 비유해 사용한다.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한 KB금융그룹 내에서 벌써부터 인사 줄대기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내년 1월로 예상되는 인사를 겨냥해 학연ㆍ지연을 통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KB금융 사태를 더욱 키운 인사들에 대한 소문도 나온다. 소문일 뿐이지만 조직에 큰 상처를 준 KB금융 사태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말들이 또 나온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KB금융이 아니더라도 어떤 조직에 새로운 CEO가 오면 안팎에서 인사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갖게 되고 여러가지 말들이 나온다. 그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설(說)'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KB금융의 인사 줄대기 소문에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KB금융의 CEO들은 매번 인사혁신을 외치며 병폐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과거에도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줄대기ㆍ인사청탁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로아미타불이다.

주전산기 교체 논란으로 촉발된 KB금융 사태 때문에 해임된 임영록 전 회장의 경우 지난해 취임식에서 "학연ㆍ지연의 줄서기 문화를 뿌리뽑아 열심히 일하는 실력 있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주선산기 교체와 관련해 인사 개입 및 부당한 압력 행사 논란을 겪었고 결국에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임 회장과 같은 시기에 취임한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통합은행으로 출범한 지 10년 이상이 됐지만) 여전히 출신은행을 구분하고 이른바 채널안배라는 명목 하에 임직원 상호간의 갈등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엉켜있는 조직내부의 갈등을 신속히 풀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행장 역시 KB금융 사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더 이상 청탁으로 인사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천명했다. KB금융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고 있는 줄대기ㆍ인사청탁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다.

KB금융 CEO들이 매번 인사문제 근절을 얘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볼 수 있다. CEO가 바뀌어도 여전히 병폐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KB금융이 부끄러운 자화상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윤 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인사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윤 회장은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수첩에 기록하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의 인사혁신도 중요하지만 현재 KB금융 조직 내에 줄대기ㆍ인사청탁을 통해 주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인사들이 남아 있다면 이들을 골라내 내년 1월 인사 때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잃게 된다면 윤 회장이 말하는 조직안정도 신뢰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 KB금융의 재건을 꿈꾸는 윤 회장의 노력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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