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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고객 입막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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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추가지급 청구 민원 제기땐 선제 대응

소비자 변론 포기 무변론 판결 사례 많아 소송제기율 급증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김모(54)씨는 최근 의자에 걸려 넘어져 치아를 다쳤다.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이에 대한 민원 제기를 하려던 중 보험사가 자신에게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큰 액수도 아닌데, 괜히 버거운 싸움만 벌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변론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법원은 해당보험사에게 무변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가 추가 지급을 요구하거나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입자들이 제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는 행태로 정당한 지급요구까지 묵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소송을 낸 경우는 488건으로 전년(437건) 보다 11.7%가량 늘어났다. 소송제기율도 2012년 2.9%에서 지난해 3.7%로 높아졌다. 보험사가 이런 소송을 내는 이유는 소비자의 민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보험법 전문가 박기억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제기되면 보험사가 간섭을 받게 된다"면서 "채무부존재 소송을 하는 중이면 금감원은 이에 관여하지 않기에 보험사에서 얻는 이득이 크다"고 했다. 또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고객이 요구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 보험액수를 합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보험사들은 내부 기준을 마련, 기계적인 방식으로 소송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 가입자들의 변론을 맡고 있는 신치원 변호사는 "보험사는 소송제기 방식이 비슷한 것으로 볼 때 보험금 청구액수가 크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 소송을 하는 기준과 절차가 있을 것"이라면서 "사실관계를 살펴보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소송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보험사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다 보니 가입자들은 법적 대응을 포기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무변론으로 판결이 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인 보험사가 소송을 하면 위축돼 큰 액수가 아니면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또 송달을 하고 당사자에게 알리기는 하지만 간혹 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패소하기도 한다. 고령자이거나 법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 법적대응 절차를 몰라 변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보험협회 관계자는 "소송 결정 여부는 각 회사 내규문제"라며 모호한 답을 내놓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사 측이 소송을 자제하고 관리당국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치원 변호사는 "보험사 측에 소송을 아예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억 변호사도 "가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소송이 제기됐을 때는 소비자들을 법무비용 부담이 없는 법률구조공단과 재단 등 구조사업에 적극적으로 연결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현재 소송만 금감원에 공시하게 돼 있는데, 이와 비슷한 약식소송인 '민사조정'을 소비자에게 내는 사례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대형로펌을 통해 이렇게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금감원이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치고 있는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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