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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고금리 보험' 축복이 저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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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CEO들 IMF 환란 후 실적올리기 급급
연 6.5% 이상 확정금리상품 공격적 판매
저금리와 맞물려 역마진 부작용
대대적 인력감축 등 후유증 낳아


<대형 생보사 고금리 상품판매 후유증>

<대형 생보사 고금리 상품판매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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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열심히 재주 부린 곰들은 줄줄이 지금 안락사당할 처지지만 사육사는 명예롭게 은퇴한 상태예요. 억울할 수밖에 없죠."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후유증이 16년이 지난 지금 대대적인 인력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상품을 판매할 당시의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질 정도로 생보업계의 불만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금융권 가운데 생보사들의 임직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보사의 임직원 수는 2만8532명이다. 지난해 12월 말 약 3만380명과 비교하면 1848명이 감소했다.
특히 생보사 빅3인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6개월 만에 임직원이 총 1867명 줄었다. 삼성생명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동안 6634명에서 5644명으로 1000명 가까이 급감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298명, 579명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대형 생보사들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추가적으로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에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을 감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금리ㆍ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이차역마진이 큰 문제다.

이차마진은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예정이율과 이를 지급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자산수익률과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금리 상승 시에는 수익성에 플러스(+) 요인으로, 금리 하락 시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2000년 사이에 연 6.5%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을 팔았다. 외환위기 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공격적으로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이다.

생보사들은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확정금리상품을, 이후에는 변동금리상품을 팔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생보사의 이차마진율은 2011년 이후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되다가 2012년 이후 역마진으로 전환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생보사 보험료적립금(424조6000억원) 중 5.0%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 비중(140조6000억원)이 33.1%에 이른다. 고금리 확정형 140조6000억원 중에 99조9000억원(71.1%)을 대형 생보사가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힘들어지자 당시 생보사 CEO들이 외형경쟁과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고금리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로 인한 후유증이 현재 이들 회사의 CEO와 임직원들에게 큰 짐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보험사들은 경쟁에서 발을 빼며 현재까지도 역마진 부작용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당시 고금리상품 판매를 촉진했던 CEO들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삼성생명은 1999년 1월 배정충 대표이사 부사장이 CEO로 취임해 2000년 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부회장까지 올라 퇴진했다. 한화생명은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기 전인 대한생명 시절 박종훈 대표이사 사장이 1997년 5월에서 1999년 6월 사이에 CEO를 맡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차역마진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금리변동 리스크가 생보사의 재무건전성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저축성보험 위주의 외형 확대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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