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재 문학상은 공식적으로 379개에 이른다. 여기에 3ㆍ1문화상이나 4ㆍ19문화상 등에 포함된 문학부문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400여개가 넘는다. 하루에 한 개 이상 문학상이 주어지는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상을 줘야할 문학인들이 많고, 기려야할 문학작품이 많다면 상은 얼마든지 많아도 좋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문학상은 결코 줄어들 태세가 아니다. 2012년만 해도 한국수필문학진흥회에서 주관하는 '매원수필문학상'을 비롯해 5개가 생겼다. 가장 많이 늘고 있는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학상이다. 지자체들이 홍보 수단으로 지역문학관과 지역문인 기념사업을 실시하면서 문학상은 더욱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문학상 운영이 그저 그런 비즈니스로 전락했다.
운영기관별로 한 작가와 관련된 상을 여럿이 나눠 운영하거나 같은 이름의 문학상도 있다. 황순원 관련 문학상은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황순원기념사업회의 황순원문학연구상, 황순원신진문학상 등 세 개나 된다. 소설가 김유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유정문학촌의 '김유정문학상', 동서문학사의 '김유정문학상'이 있다. 시인 한용운과 관련, 창작과비평의 '만해문학상'과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만해문학부문상'이 있다. 같은 이름의 문학상도 있다. 중앙대문인회의 '중앙문학상', 중앙문학회의 '중앙문학상'이 그 중 하나다. 이는 문학과 문학상이 기업 이미지, 기관 홍보, 정치 이념 확대 등 포장지로 쓰여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학상과 관련한 논란이 많다. 서로 선양하고, 함께 즐길 문학을 병들게 하는 부분이다. 상이 남발되고, 변별력도 떨어지고, 상 받은 자들이 거들먹거리는 세상에선 문학이 어디에도 설 땅은 없다. 이처럼 상을 나누고 서로 어울려 집단을 이루고 문학권력과 계급을 만드는 이들이 넘치는 사태를 문학인밖에 막을 수 없다. 법이, 국가기관이, 일반 대중이 그 일을 하지 못 한다. 문학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학인이라면 고상하게 문학을 하고, 때가 되면 나도 상 받고, 상금 챙길거라는 생각은 아예 버려라. 상이나 기웃거리는 짓도 버려라. 그리고 반성해야 한다. 선양할만한 작가들이 나오지 않고 사람을 위무할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벌어진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