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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고 '쿵'소리 나더니 순식간에…" 대형참사 낳은 환풍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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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관람객 추락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 17일 관람객 추락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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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박준용 기자]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 있는 환풍구 붕괴 사고로 27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사상자 수습이 완료됨에 따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 역시 피해자 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공연장 안전대책 점검에 돌입했다.
인명 피해 왜 컸나? = 이날 오후 11시 30분 기준 이 사고로 모두 16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11명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 1.5m 높이로 지하 4층 주차장과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환풍구부터 바닥까지 깊이가 무려 20여m에 달해 인명피해를 키웠다. 또 사고 당시 환풍구 상단에는 공연을 보기 위해 시민 수십명이 모여있던 상태였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으면서 추락 당시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들은 분당 차병원과 제생병원 등 5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부는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가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 12명이 사망했고, 2명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며 "나머지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사고 상황 = "'악' 소리와 '쿵'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남여 2명이 환풍구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고 아래 부분에서 먼지가 많이 올라왔다. 사람들이 환풍구에서 다 물러나면서 소리를 지르고 우왕좌왕했다."

이날 환풍구 바로 앞 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던 신모(16)군은 "정말 아찔하고 무서웠다"며 "제 뒤에 20~30명이 있었는데 환풍구가 무너지면서 모두 아래로 떨어졌다"며 고통스러운 표정 속에 사고 순간을 되돌렸다.

희생자들과 함께 20m 아래로 떨어졌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강모(47)씨는 "환풍구 끝 쪽에 걸터앉은 채로 공연을 보다가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졌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먼지만 자욱하고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사고 순간을 목격한 구모(34)씨는 "환풍구 모서리 쪽은 깊지 않았기 때문에 그 쪽으로 떨어진 서너명은 올라왔고, 중앙 부분은 육안으로는 깊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다"며 "초기에 구조된 사람들은 의식이 있었지만 그 후부터는 모두 모포에 쌓인 채로 실려 나왔다"고 말했다.

또 반복된 안전불감증·인재? =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한 와중에도 공연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됐다. 무대 앞 쪽엔 10여명의 스태프가 있었지만 환풍구가 있던 뒷 쪽으로는 행사를 운영하거나 시민들을 통제하는 직원이 없었다.

구조된 강씨는 "환풍구 위에 올라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방송이 아니라 직접 통제를 해야 했다"며 "이번 사고는 부주의와 안전관리 부실이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씨도 "포미닛 공연 직전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렸고 사회자가 환풍구에 올라가지 말라고 말했지만 별도의 제재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해당 환풍구 주변에는 시민들의 통행을 막는 저지대나 안내판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공연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결국 하중을 견디지 못한 환풍구는 아래로 추락했다.

분당구청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환풍구 높이가 1.2m를 넘어 안전펜스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풍구 주변에 안전요원이나 행사 관계자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시민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사고 이후 환풍구 상단 부분을 떠받치는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있는 점 등 평소 관리가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고원인을 놓고도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기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수습나선 정부 =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성남시, 분당경찰서 등 기관으로 구성된 대책본부를 꾸렸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남경필 지사와 이재명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꾸려 수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홍원 총리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도 17일 밤 현장을 방문해 사고경위 조사와 중상자 치료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허경렬 경기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분당경찰서에 꾸려 사고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사고 관련 구조물을 정밀 감식하고, 희생자 신원을 밝히기 위해 지문을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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