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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라'는 게 대책…누리과정 파행 불가피

최종수정 2014.10.16 12:00 기사입력 2014.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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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정부가 내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시·도 교육감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에서 편성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데 대해 시도 교육감들 또한 '예산 편성 불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맞서면서 당장 내년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입장이지만 지방채 역시 결국엔 시도교육청이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시도교육청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누리과정이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이를 위해 정부가 어린이집을 포함한 내년 누리과정 관련 예산은 전액 교부금에 반영·교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 자체를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다른 사업을 줄이고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지방채 발행 등으로 충당하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지방채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결국 교부금으로 갚아야 할 몫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뾰족한 대책 없이 지방정부를 압박하며 국민에게는 안심하라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보다 1조3474억원(3.3%) 감소해 각 시도교육청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재정이 수백억원씩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인데, 안 그래도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던 시도교육청들은 줄어드는 교부금만큼 국고가 보조되지 않으면 필수경비도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오다, '어린이집 예산 편성 불가'를 결정하는 데 이르렀다.

교육부는 기재부와의 협의 끝에 교육청들이 지방채 1조8000억원을 발행하면 기재부가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이를 사준다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상환 횟수를 늘려(5년 거치, 10년 상환)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다시 교부금으로 갚아야 할 부채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것"이라며 "경기가 몇년 안에 갑자기 살아나 세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교육청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채 발행에 앞서 정부가 시도교육감들에게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은 무조건 확보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5일 논평을 통해 "(누리과정은) 기재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3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추진한 사업인데, 그 전망이 실패한 것에는 눈감고 국민 걱정의 책임을 시도교육감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정부는 재원이 부족하면 세출구조조정을 추진하라고 말하는데, 시도교육청들이 이미 하고 있는 거 안 보이나"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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