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전 삼성 감독, 美 뉴욕 세인트 존스대서 객원코치 맡아…"선진농구 세세하게 배워오겠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꿈을 이루니까 또 다른 꿈이 보이더라고요. 바라만 볼 수 없었죠."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친 58세의 노장 농구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지도자 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안준호 전 삼성 감독 이야기다. 그는 미국 뉴욕의 세인트존스대에서 한 시즌 동안 객원코치를 맡는다. 급여는 없다. 오히려 체류비용 포함 한 달에 약 1만3000달러(약 1400만원)를 지불한다. "선수단과 끝까지 함께 호흡합니다. 경기 중 벤치에서까지 선진농구를 배울 수 있는 좋을 기회죠."
해외 연수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1998년부터 한 시즌 동안 미국 UCLA에서 농구를 배웠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만큼 미국 대학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스티브 래빈 감독(50)을 이번에도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다. 안 전 감독은 "당시 맺은 인연을 계속 유지해왔다. 래빈 감독은 무엇을 가르치든 '왜'와 '어떻게'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배워오겠다"고 했다.
도전은 그의 삶의 원천이다. 스스로 삶의 모토로 역동을 꼽는다. 광주 출신의 안 전 감독은 조선대부속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로 상경했다. 배재고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뒤 광신상고로 진학했다. 고교 1학년 때 키는 187㎝. 큰 키를 눈여겨본 고(故) 한춘택 코치가 농구를 권했다. 뒤늦게 공을 잡은 그는 단체연습에 참여하지 못했다. 혼자 하늘에 공을 던졌다 받는 훈련만 반년 이상 했다. 그걸 마쳐야만 방과 이후 한 코치로부터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연수는 감투를 보장하지 않는다. 기껏 배운 선진기술을 프로농구에서 선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전 감독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감독을 다시 맡는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모교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전수만 해도 만족할 수 있다. 국내 유소년 선수들의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한 가지 기술에 특화된 '절름발이식 농구'를 꼭 지우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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