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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가로막는 '대통령기록물법'

최종수정 2014.09.13 11:42 기사입력 2014.09.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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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역사에 진실을 남기기 위해 만든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이 악용되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법을 핑계 삼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 등을 국회와 감사원 등에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수사권을 가진 주체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을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위원님들의 자료요구에 저희들이 성실히 응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의 내용을 많이 확인해 봤습니다만 요청하신 자료들은 법률에 의해서 비공개 정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관리될 것이 명백한 내용들이 있어서 제출 요구에 응하기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도 상황은 반복됐다. 김 실장은 자료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국가기록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기관의 대응을 점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상황은 똑같았다. 지난 5월 청와대를 방문한 감사원 감사관들은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는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사유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실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참사 당시의 국가 대응 실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지만 청와대만은 예외로 남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보고사항은 일정 기간 동안 열람, 사본제작,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지정기록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회와 감사원에 넘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애초에 대통령 보고사항은 일정 기간 공개가 금지되는 지정기록물 이라는 청와대 설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지정기록물이 될지 안 될지는 먼저 분류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가 모두 지정기록물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 가운데 일부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역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해서 무조건 지정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10조에 따르면 지정기록물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부터 기산되기 때문에 현재는 보호기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국회와 감사원 마저 청와대 대응을 살필 수 없다면 3권분립의 근간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조사는 입법부가 가지는 대 행정부 견제수단중의 대표적인 강력한 견제수단"이라며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비공개 될 사안이라는 이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정감사 및 조사 제도를 둔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오히려 지정기록물 보다 열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기록물이 지정기록물이 됐다면 고등법원장의 영장 또는 국회재적의원의 3분의 2가 동의할 경우 국회가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임중인 대통령의 자료는 '지정기록물이 될 것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에 막혀 입법부 등이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대응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을 가진 곳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민 변호사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청와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수사권을 갖고 있는 곳에서 비서실이나 안보실 쪽에 자료를 강제로 가져오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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